“진실 규명하고 관련자 책임 물어야”
전두환 정권에서 강제징집돼 비밀공작인 이른바 ‘녹화사업’에 동원됐던 피해자와 유족들이 진상 규명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강제징집 녹화ㆍ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화사업의 입안ㆍ시행과 관련한 진실을 규명하고 주요 관련자들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집은 1980년 중반부터 1984년까지 제적ㆍ정학ㆍ지도휴학 처리된 운동권 대학생들을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입대시킨 것을 의미한다. 당시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징집된 인원 등을 대학 내 시위 계획 등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는 속칭 ‘프락치’로 이용하는 정부 차원의 공작도 벌여졌다.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주도로 이 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의문사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5년 전두환 정권이 당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학생들을 강제입대시키거나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녹화사업 피해자는 1,000명이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추진위는 “군사독재 정권은 녹화, 선도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에게 고문과 협박으로 ‘프락치’가 될 것을 강요했고, 민주주의 수호를 같이 외친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할 것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녹화사업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아직도 동지들의 사망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기무사령부가 자료 제출에 비협조해 실체적 진실은 감춰져 있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특히 추진위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12ㆍ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0년이 된 지난 12일 반란 주역들과 호화 오찬을 즐기는 등 과거의 폭정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추진위는 이날 정부와 국회,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에 △녹화사업 관련 모든 자료 공개 △녹화사업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치책 마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기본법' 개정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사죄 등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이날 오후 3시에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터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창립식을 열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사죄ㆍ처벌을 이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설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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