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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미국 증시에 악재일까 호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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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미국 증시에 악재일까 호재일까

입력
2019.1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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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닉슨 탄핵땐 주가 급락, 클린턴 땐 급등 

 “탄핵 자체보다 당시 경제 상황이 더 중요” 

미국 역사상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거나 직전 사임한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및 사진. 윗줄 왼쪽부터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역사상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거나 직전 사임한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및 사진. 윗줄 왼쪽부터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세계의 시장 분석가들은 탄핵이 미국과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직까지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예상되는 시장 불안보다는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대통령 탄핵사건 자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다. 오히려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때처럼 실제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증시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탄핵에도 다음날 주가는 상승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9일 미국 증시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0.45% 올라 3,200포인트를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적어도 대통령 탄핵 뉴스가 증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지는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탄핵으로 인한 정치 불안에도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 새 북미 무역협정(USMCA) 비준,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 통과 등으로 인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수들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환거래전문기업 배녹번글로벌의 마크 챈들러 수석시장전략가는 CNBC방송에 “대통령이 실제 탄핵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정치적 소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역대 미 대통령 탄핵 때도 주가흐름 제각각 

역사적으로 봐도 탄핵 사건이 시장 불안정성을 일부 유발하기는 했지만 그 자체로 “탄핵은 곧 시장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이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거나 받기 직전까지 간 경우는 1868년 앤드루 존슨, 1974년 리처드 닉슨(탄핵소추안 통과 전 자진사퇴), 1998년 빌 클린턴까지 모두 세 차례다.

이 가운데 현재와 금융 환경이 크게 달랐던 존슨을 제외하고 닉슨ㆍ클린턴 전 대통령 때의 사례를 보면, 닉슨 탄핵 기간에 미국 주가는 크게 내렸고 클린턴 탄핵 때는 초반에 내렸다가 최종적으로는 크게 올랐다. 탄핵과 미국 증시의 상관관계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셈이다.

앞서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2017년 주요국 탄핵사건과 경제의 연관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닉슨과 클린턴의 탄핵 기간 시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탄핵 자체보다는 경제였다.

닉슨을 몰락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내용이 드러나던 1973년은 4차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대대적으로 인상한‘1차 석유파동’이 발생해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클린턴 탄핵 기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러시아가 지불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미국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가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대응했고 논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즈음에는‘닷컴 버블’이 2000년까지 이어진 초대형 증시 급등에 시동을 걸었다.

클린턴은 실제 탄핵될 가능성도 적었기에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은 측면도 있다. 당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상원은 여야 의원 수가 대등했고,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담당하게 될 상원 역시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탄핵보다 경제상황”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탄핵도 주가와의 연관성이 불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시기 한국 증시는 당시 신흥국 증시의 흐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탄핵의 경우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호세프 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부재 때문에 오히려 불확실성이 완화되리라는 기대감으로 브라질 증시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슈로더는 보고서에서 “정치 불안이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유발한다면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브라질 사례나 클린턴 탄핵 막바지에 이르러 나타난 증시 상승 현상은 그 증거”라고 결론 내렸다.

같은 논리가 미중 무역협상 봉합 등을 계기로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는 최근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도) 클린턴의 경우처럼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의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으므로 증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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