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대장 없고 두개골 2개엔 구멍, 법무부ㆍ군ㆍ경찰 합동감식
72년부터 관리된 유골 하층서 나와… 5ㆍ18 이전 유골 추정도
법무부가 옛 광주교도소 내 공동묘지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견해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 암매장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5ㆍ18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게 붙잡힌 시민들이 대거 수감된 곳이어서 미완의 과제인 5ㆍ18 행방불명자 진상과 흔적을 찾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법무부는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내 공동묘지에 조성된 무연고분묘 개장 작업 중 관리대장에는 없는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이 유골들에 대해 5ㆍ18 희생자 및 암매장 여부를 확인 중이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대행은 이날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둘러보고 발굴된 유골 등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 내 관리대상 개인묘 50기 외에 합장묘 2기(61구)에 111구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유골은 1972년 4월 21일부터 1995년 9월 사이에 사망한 수감자들의 것이다. 이 중 합장묘에서 발견된 시신 유골은 무연고자이거나 사형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 16일부터 묘지 개장 작업을 하던 중 광주교도소가 관리하지 않는 40여구의 유골을 추가 발견했다. 유골이 발굴된 곳은 법무부가 놀이형 법체험 테마파크인 ‘솔로몬 로(law)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대상 부지다. 김 장관대행은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유골이 발견됐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연유로 관리되지 않은 유골이 교정부지 내에 묻히게 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골 40여구 가운데 2개의 두개골에서는 구멍이 뚫린 흔적이 발견됐다. 법무부와 검ㆍ경, 군 유해발굴단, 의문사조사위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이 구멍이 총상에 의한 것인지 등을 정밀 감식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법무부로부터 관리대상 유골 111구의 명단을 넘겨받아 5ㆍ18연관성을 검토했던 5ㆍ18기념재단은 5ㆍ18 희생자 암매장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신원 미상의 유골들이 추가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ㆍ18단체들과 유족들은 다시 한 번 희생자 유해 발굴에 대해 실낱 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5ㆍ18 당시 계엄군이 희생자들을 무연고분묘에 몰래 안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ㆍ18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주요 격전지였던 옛 광주교도소는 그간 희생자 암매장 목격자들의 증언이 끊이지 않으며 여전히 ‘의혹의 땅’으로 남아 있다. 실제 1980년 5월 31일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에는 이른바 ‘교도소 습격 사건’으로 민간인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5ㆍ18 당시 계엄군은 광주교도소에 3일간(5월 21~23일) 주둔했었다.
당시 3공수여단 등 계엄군 병력이 주둔하며 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해 계엄군의 광주 봉쇄작전이 진행됐다. 3공수 병력이 전남대에 억류했다가 교도소로 철수할 때 끌고 간 시민과, 교도소 인근 도로를 지나가던 행인 등이 다수 희생돼 교도소에 암매장됐을 것이란 추정이 많지만 아직 신원과 숫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금껏 옛 광주교도소 관사 뒤와 앞 야산에서 모두 11구의 시신이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됐을 뿐 나머지 사망자에 대한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5ㆍ18기념재단은 2017년 11월 옛 광주교도소 북측 외부 담장 인근 및 테니스장 하부 지역과 서측 담장ㆍ정화조 구역, 남측 담장 주변 등을 암매장 추정지로 꼽고 발굴작업을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번 개장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무연고분묘는 교도소 북측 외부 담장에서 100여m 떨어져 있다.
그러나 5ㆍ18유족 등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견된 신원 미상의 집단 유골들은 5ㆍ18 당시 희생자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유골들이 기존 관리대상 유골 41구가 발견됐던 합동묘 하층부에서 나온 탓이다. 법무부는 문제의 합동묘에 대한 개장 작업을 마친 뒤 이 분묘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 지하에서 추가로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이 유골들은 무더기로 뒤섞여 있었다. 광주교도소는 1912년 광주 동구 동명동에 터를 닦은 뒤 1971년 7월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교도소 측이 이전 당시 무연고 유골들을 교도소 내 합동묘로 안장한 뒤 1972년부터 사망한 수감자들을 같은 묘에 추가로 안장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이번에 발견된 신원 미상의 유골들은 5ㆍ18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상식적으로 5ㆍ18 당시 희생자라면 1972년부터 관리된 유골들 밑에 묻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단 유골을 두고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군,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반을 꾸려 유골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인 뒤 전남 장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부분소로 넘겨 유전자 감식을 실시하기로 했다.
5ㆍ18기념재단 관계자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 유골들에 대해선 5ㆍ18 희생자 및 암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광주시와 함께 5ㆍ18행방불명자 신고 가족(295명) DNA와 비교 분석을 해주도록 법무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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