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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정글로 돌아가지만, 정치의 품격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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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정글로 돌아가지만, 정치의 품격 지키겠다”

입력
2019.12.21 04:40
수정
2019.12.22 17: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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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복귀 앞두고 ‘실용적 진보주의’ 비전 강조… 자기 정치 시동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스웨덴 의료지원단 참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용적 진보주의’ 노선을 천명하며 정치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주재한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언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다만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서울 잠원동 집으로 일단 갈 것 같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정세균 차기 총리 후보자의 인선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 총리의 ‘총선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전망이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시대 정신에 대해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걸음을 가겠다고 말만 하는 것보다, 한 걸음을 가더라도 일단 내딛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실용적 진보주의’로 규정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총리가 시대 정신과 관련해 언급한 것을 두고,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굳히기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용적 진보주의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운영 비전과 닿아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 이상을 함께 한,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정체성을 살려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재해석한 측면도 있어 이 총리 스스로 민주 정권의 뿌리인 ‘DJ(김대중) 정신’을 잇는 적자임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총리는 여의도 정치 복귀를 기정사실화며 ‘품격의 정치’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일궈가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막말 공방으로 흐르기 일쑤인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사이다 답변’을 하면서도 품위를 끝내 잃지 않은 모습은 이 총리를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이 총리는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국회)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이 신망을 보내주셨던 그러한 정치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의 품격, 신뢰감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품격 있는 정치 복원을 다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후 세종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 총리는 지역구 출마 여부 등 구체적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해 상징성이 큰 일전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판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총리도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며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약점으로 거론되는 당내 지지기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에 대한 호소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작은 조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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