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복귀 앞두고 ‘실용적 진보주의’ 비전 강조… 자기 정치 시동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용적 진보주의’ 노선을 천명하며 정치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주재한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언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다만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서울 잠원동 집으로 일단 갈 것 같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정세균 차기 총리 후보자의 인선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 총리의 ‘총선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전망이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시대 정신에 대해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걸음을 가겠다고 말만 하는 것보다, 한 걸음을 가더라도 일단 내딛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실용적 진보주의’로 규정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총리가 시대 정신과 관련해 언급한 것을 두고,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굳히기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용적 진보주의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운영 비전과 닿아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 이상을 함께 한,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정체성을 살려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재해석한 측면도 있어 이 총리 스스로 민주 정권의 뿌리인 ‘DJ(김대중) 정신’을 잇는 적자임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총리는 여의도 정치 복귀를 기정사실화며 ‘품격의 정치’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일궈가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막말 공방으로 흐르기 일쑤인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사이다 답변’을 하면서도 품위를 끝내 잃지 않은 모습은 이 총리를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이 총리는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국회)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이 신망을 보내주셨던 그러한 정치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의 품격, 신뢰감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품격 있는 정치 복원을 다짐했다.
이 총리는 지역구 출마 여부 등 구체적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해 상징성이 큰 일전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판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총리도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며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약점으로 거론되는 당내 지지기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에 대한 호소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작은 조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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