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전 후 ‘줄서기’ 알바 등장. 온라인서도 ‘대기 경쟁’
“오전 4시~10시, 제가 식당 도착할 때까지 줄을 서주시면 됩니다.”
19일 중고품 거래장터인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공고문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할 손님 대신 새벽부터 줄을 서 주면, 현금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최저시급(8,350원)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허위 글로 알까 염려됐는지 게시자는 ‘장난하시는 분은 제외하고 (연락 달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부연까지 달았다. 해당 공고는 당일 마감됐다.
서울 포방터 시장의 한 유명 돈가스 맛집이 제주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온라인에서도 돈가스를 맛보기 위한 줄서기 전쟁이 벌어졌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골목식당’)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이 돈가스집은 주변 소음 등으로 민원에 시달리다가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제안으로 최근 제주도로 이전했다. 새벽부터 줄을 서도 맛보기 힘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어 제주도로 이전한 뒤에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급기야 돈가스를 맛보기 위한 대기 경쟁은 온라인으로도 번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카페에서 21일 오전 4시~11시 줄을 서고 입장권 대기 번호를 받아달라 부탁했다. 선착순 1명에게 현장에서 8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전 6~12시 입장권 대기 번호를 받아주면 7만원을 주겠다는 글도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돈가스집 앞에서 많은 인파가 대기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인증사진도 올라오고 있다. 돈가스집이 당분간 1일 100개 한정으로 돈가스를 판매하기로 하면서 줄서기가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누리꾼들은 “돈가스값이 10만원이 됐다”(13****)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법”(su****) “방송을 통해 보니 주인이 선한 사람들 같고 스토리텔링이 있어 더욱 가게 되는 것 같다”(한****)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과열된 인기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포방터에서 쫓겨난 돈가스집 사장을 두 번 죽이는 일”(fa****) “이 사실을 알면 사장이 또 상처 받을 것 같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우****)는 등의 의견이다.
돈가스집은 포방터 시장에 있을 때부터 대기 경쟁 과열로 몸살을 앓았다. 대리 줄서기 알바는 물론, 대기 번호표 판매까지 이뤄져 1월 돈가스집 사장이 ‘번호표를 타인에게 돈을 받고 파는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모든 번호표를 회수하고 정상영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문을 붙일 정도였다.
돈가스집 사장은 18일 방송된 ‘골목식당’에서 “대기 인원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손님의 흡연 문제 때문에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며 “(멱살이 잡히는 등) 욕을 듣다 보니 아내가 공황장애가 왔다”고 제주도로 이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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