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부쉬드노엘은 유럽 벽난로에 사용하던 장작 모양을 닮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설치된 트리며 조명에 이어 주인공인 케이크가 거리에 좍 깔릴 시기이다. 평소 케이크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한입쯤은 먹어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아닌가. 그런데 올해만이라도 이게 그거 같고 그게 이거 같은 케이크 외의 단 음식, 디저트를 찾고 싶다면 다른 선택지도 존재한다. 사실은 오랜 전통이었으므로 ‘새로운 선택’이라고 일컫기도 다소 미안한 크리스마스 디저트를 나라별로 살펴보자. 

 ◇프랑스: 부쉬드노엘과 크로캉부쉬 

마카롱이나 마들렌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구움 과자류도 먹지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나 상징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케이크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부쉬드노엘(bûche de Noël)로 ‘크리스마스 장작’이라는 뜻이다. 근거는 확실치 않으나 19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당시 유럽 주택에 널찍한 장작 벽난로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과관계가 얼추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부쉬드노엘도 본디 롤케이크 이지만, 이름에 충실하게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땐다는 굵은 장작 모양을 낸다. 또한 케이크 자체를 말기보다 겉면의 장식을 그럴싸하게 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 

일단 바탕은 여느 케이크와 같이 제누아즈(Genoiseㆍ스펀지 케이크)를 쓴다. ‘정말 이걸 다 쓴다고?’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풍성한 양의 계란노른자에 설탕과 지방(기본은 식용유지만 버터도 쓴다. 맞다, 한참 유행했던 대만 카스텔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을 더해 잘 섞고 통째로 중탕 냄비 위에 올려 계속 거품기로 휘저으면 자잘하고 포근한 거품이 올라오며 부피가 커진다. 여기에 최소한의 구조만 유지해 주는 수준으로 밀가루를 더하고 섞어 틀에 담아 구워 준다. 기본은 이렇고 크리스마스이니 색깔과 맛을 내기 위해 코코아가루와 다크 초콜릿 등을 더한다. 그리고 버터나 마스카르포네 치즈처럼 풍성한 지방에 초콜릿을 더한 크림을 만들어 속에는 펴 발라 김밥처럼 말고, 겉에는 바른 뒤 포크 등으로 줄을 내어 나무 껍질의 질감을 흉내 낸다. 

부쉬드노엘은 눈이 고운 가루 설탕을 뿌려 눈 쌓인 나무처럼 보이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부쉬드노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한 마무리가 중요해서, 세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첫째, 눈이 고운 가루 설탕을 뿌려 나무에 쌓인 눈을 흉내 낸다. 혹시라도 직접 만들어 크리스마스에 즐거움을 보태는 경우라면 금방 녹아 버리는 가루 설탕은 반드시 식탁에 내기 직전에 뿌린다. 둘째, 전체 케이크의 3분의 1쯤 지점에서 어슷하게 썰어 ‘장작’의 단면을 보여 준다. 마지막인 셋째는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손은 많이 가는 버섯 모양 머랭 과자 올리기이다.

머랭은 설탕을 더해 거품기로 올려 면도 크림 같은 부피와 질감을 지니는 계란 흰자로, 숟가락으로 뜨거나 짤주머니에 담아 짜내 오븐에 구우면 공기처럼 가볍고도 바삭한 과자가 된다. 부쉬드노엘을 위해서는 짤주머니에 담아 가지 따로, 갓 따로 모양을 잡아 짜내 오븐에 구운 뒤 조립까지 해서 버섯 모형을 만들어 올린다. 어찌 보면 케이크 자체보다 만들기가 번거로우므로 집에서 시도해 볼 것을 권하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일반 케이크가 아닌 부쉬드노엘을 찾는다면 ‘정석’에 충실한지 검증하는 요소로 의미가 있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크로캉부쉬는 동글동글한 슈들을 쌓아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으로 꾸민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쉬드노엘이 전심전력으로 장작을 흉내 낸다면 또 다른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크로캉부쉬(croque en boucheㆍ입에서 바삭거림)는 나무 모양에 몰입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말이다.

부쉬드노엘과 마찬가지로 19세기에 처음 등장한 크로캉부쉬는 우리에게 슈(chouㆍ‘양배추’라는 의미로 부푼 모양이 닮아서 붙은 이름)로 익숙한 프로피터롤(profiterole)이 바탕이다. 간단히 말해 밀가루와 버터, 계란으로 쑨 풀을 동글게 모양을 잡아 짜내 구우면 수분이 빠지고 부풀면서 가볍고 바삭한 과자가 되는데, 여기에 크림을 채우고 녹인 설탕이나 초콜릿을 풀 삼아 붙이고 쌓아 나무 모양을 잡아 준다.

마지막으로 녹인 설탕을 숟가락으로 퍼 슈의 나무 위로 뿌리면 가느다란 실이 되어 내려앉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마디로 먹을 수 있는 트리니 일석이조의 실용성을 좇는 이에게 유용한 장식 겸 디저트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에 먹는 파네토네 빵은 안에다 절인 과일과 자연 발효종을 넣어 굽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제부터는 빵류를 소개할 차례인데, 출신 혹은 고향과 상관없이 말린 혹은 설탕을 입힌 과일을 리큐르에 절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노란 혹은 검정색 건포도를 비롯해 살구, 사과, 크랜베리, 오렌지와 껍질, 파인애플, 좀 더 응용하자면 편강과 같은 과일을 브랜디, 럼, 위스키 같은 리큐어에 담가 불리면서 맛을 들인다.

전통적으로는 이전 해의 크리스마스에 올해 쓸 것을 준비하므로, 혹시라도 지금부터 소개할 빵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아무런 부담 없이 단념해도 좋다. 실제로 몇 해 동안 며칠 불린 과일로 몇몇 크리스마스 전통빵을 만들어 보았는데 그다지 깊은 맛은 나지 않았다. 다만 절임을 포함한 장기 보관 식문화가 한식의 장점이므로 그 의지로 지금 절임 과일을 준비한다면 내년에는 빛을 볼 수도 있겠다.

파네토네는 윗면이 봉긋하게 솟아오르도록 굽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탈리아: 파네토네와 팡도로 

파네토네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빵이다. 파네토네는 밀라노가 고향인데, 가장 설득력 있는 탄생 비화를 소개해 보자. 몇백 년 전 토니라는 제빵사가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은 물론, 그 아버지인 부유한 상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브랜디에 절인 과일, 버터, 계란, 설탕 등의 고급 재료를 활용해 빵을 굽는다. 상인 아버지는 빵이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딸과의 결혼을 허락한 것은 물론, 밀라노에 빵집을 차려준다. 그렇게 ‘토니의 빵(Pane Tony)’가 탄생했고 결국 파네토네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파네토네는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전통적으로 특유의 종이틀에 담아 1㎏ 이상으로 크게, 또한 윗면이 반구형으로 볼록하게 솟아오르도록 굽는다. 그런 가운데 계란과 버터를 넉넉히 쓰는 브리오쉬와 흡사한 빵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발효 과정에서 주저앉아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해에 욕심을 부려 직접 구웠다가 아프게 경험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죽의 밑면을 꼬챙이에 꿰어 거꾸로 매달아 발효시킨다.

국내에서도 파네토네를 직접 굽거나 수입해서 파는데, 한동안 일반 효모로 발효시킨 제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전통을 따라 자연 발효종을 쓴 것들이 대세이다. 자연 발효종은 일반 효모에 비해 산도가 높으므로 빵의 유통기한도 늘어난다. 따라서 파네토네는 크리스마스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등장하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국내의 한 제과점에서는 이탈리아에서 100년쯤 묵은 파네토네 발효종을 들여와 굽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하니, 한식으로 치면 묵은 씨간장 같달까. 마침 파네토네는 한국에서 오래오래 흥하고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의 짝이니 크리스마스에 디저트 와인을 마실 계획이라면 빵도 한 번 찾아보자. 열심히 먹어도 너무 커서 남는다면 적당히 썰어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어도 맛있다. 

팡도로는 단면이 별 모양인 틀에 넣어 굽고 가루 설탕을 뿌린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베로나가 고향인 팡도로(Pandoro)는 파네토네와 마찬가지로 발효가 기본인데 말린 과일 등을 쓰지 않으며, 황금빵(Pan d’or)이라는 표현에서 유래되었듯 유난히 노란색 속살이 돋보인다. 파네토네보다는 선배여서 기록은 17세기부터 남아 있으나 실제로는 1세기 고대 로마시대 정치인인 대(大) 플리니우스 시절부터 전해 내려왔다고 한다. 단면이 별 모양인 특유의 틀에 넣어 구우며 부쉬드노엘처럼 고운 가루 설탕을 뿌려 눈이 덮인 알프스 산봉우리를 흉내 낸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인 슈톨렌은 가루 설탕을 넉넉히 뿌려 표면을 완전히 가린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일: 슈톨렌 

유럽 요리라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양대 구도이지만 신기하게도 맥주와 소시지 외에는 딱히 음식을 자랑하지 않는 독일에게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크리스마스 빵이 있으니, 바로 슈톨렌(stollen)이다. 트리엔트 공의회가 열린 1545년에 처음 구워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발효빵이지만 절인 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단맛 나는 아몬드 페이스트인 마지판(marzipan)까지 반죽에 채워 실제로는 케이크도 아닌 과자에 더 가깝다. 게다가 표면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가루 설탕을 소복이 뿌려 오래 두고 팔기 때문에 먹을 때에는 더 꾸덕꾸덕하고 마른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간단할뿐더러 전통에 따라 잡은 모양 자체도 대강 만든 것처럼 보여서 그런지, 지금까지 소개한 어떤 크리스마스 빵이나 케이크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맛이 꽤 강하므로 과자처럼 얇게 저며 차나 커피 등과 함께 먹는다.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에그노그는 달걀에 독주를 섞어 만든 음료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크리스마스 음료, 에그노그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먹을 것만 소개하면 섭섭하다. 뱅쇼 같은 전통적인 겨울 음료도 있지만 크리스마스라면 역시 에그노그(eggnog)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전통 음료로 자리 잡았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갈라서 만드는 음료인지라 지단 덕분에 계란을 익숙하게 다루는 우리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날계란을 먹는 셈이므로 최대한 싱싱한 것을 쓰고, 면역력이 약한 이라면 더욱 주의한다. 미성년자와 함께 마신다면 술은 뺀다. 

재료

계란 노른자 4개분

계란 흰자 4개분

설탕 70g, 1큰술 별도

우유 500ml

생크림 250ml

버번, 럼, 위스키 등 리큐르 85ml

갓 갈아낸 너트메그(육두구)

1. 믹서에 계란 노른자를 더해 색이 연해질 때까지 돌린다. 설탕 70g을 더해 완전히 녹을 때까지 돌린다. 우유, 생크림, 버번, 너트메그를 더해 잘 섞는다. 믹서가 없다면 거품기를 써도 좋다. 

2. 계란 흰자를 넉넉한 크기의 대접에 담아 거품기로 휘젓는다. 하얗게 색이 변하면서 부피가 늘어나면 거품기에 찍어 올라오는 뿔의 상태를 확인한다. 거품기를 거꾸로 들었을 때 뿔이 굽으면 설탕을 더한 뒤 마저 휘젓는다. 부풀어 오른 흰자에서 광택이 나는 한편 찍어 올라오는 뿔이 거품기를 거꾸로 들어도 구부러지지 않으면 된다. 

3. 1에 2의 계란 흰자를 더해 잘 섞은 뒤 잔에 담아 낸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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