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에 지역구 30% 차지 권역 석패율 적용 못해 득 될 게 없어
‘4+1’ 협의체의 선거법 협상을 9부 능선 위에 멈춰 세운 건 ‘석패율제’다. 야4당(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가칭 대안신당)은 석패율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당은 반대하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석패율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다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돌연 입장을 바꾸었다. 그 배경에는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완화된 지역 감정과 범여권 소수정당들의 달라진 위상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마디로, 민주당이 석패율제로 득을 볼 수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석패율은 낙선한 후보의 득표수를 해당 지역 당선자 득표수로 나눈 값이고, 당내 석패율 순위는 ‘가장 아깝게 진 정도’를 매긴 순서다. 정치권이 석패율제 도입을 검토한 건 소속 정당의 열세 지역에 출마해 지역 감정과 맞서 싸운 후보들을 구제하자는 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사표 방지와 민심 왜곡 방지를 위해) 저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주장해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주당은 올해 초 야4당과의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석패율 도입을 요구했다.
최근 민주당의 중론은 ‘석패율제 강력 반대’다. 반대 명분으로는 △지역구에서 낙선하는 중진 구제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위헌 소지가 있으며 △지역구별 후보 구도에 따라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등을 내세운다.
4+1이 올해 4월 패스트 트랙에 올린 공직선거법 개정안 원안에는 석패율에 대한 ‘30% 봉쇄조항’이 있다. 특정 정당이 지역구 의석 30%를 차지한 권역, 즉 지역 감정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없는 권역에는 석패율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20대 총선의 권역별 득표율을 대입해 보자. 민주당은 호남·제주(지역구 의석 확보 비율 19%), 대구·경북(4%), 부산·울산·경남(20%)에서, 자유한국당은 서울(24%), 호남·제주(6%)에서 석패율을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영남 지역에서 선전한 민주당 입장에선 석패율제에 기댈 필요가 줄어든 반면, 여전히 호남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한국당이 이를 활용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계산이다.
소수 정당 후보들이 석패율제를 믿고 선거를 완주할 경우, 진보 진영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은 우려하고 있다. 정의당 지지율이 높은 수도권에서 석패율제가 ‘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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