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은퇴대국 2국 불계패… 21일 고향서 최종국 치러
이세돌(36)도, 바둑 전문가들도 크게 아쉬웠던 한 판이었다.
이세돌은 19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호선(互先)’으로 대결을 펼쳤으나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세돌은 전날 열린 1국에서 두 점을 깔고 승리함에 따라 이날 2국에선 핸디 없이 맞바둑으로 흑을 잡고 대국에 돌입했다. 그는 초반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그러나 중반 초입 좌상귀 접전에서 저지른 실수가 치명타가 됐다. 손해를 입은 이세돌은 하변으로 손길을 돌렸지만 한돌은 이세돌을 따라가지 않고 하변 대신 우상귀에서 흑 4점을 잡아 크게 앞서나갔다. 초반 46수 만에 한돌의 승률 그래프는 88%로 치솟으면서 사실상 승부가 가려졌다. 이세돌은 이후 변화를 꾀했지만 한돌의 ‘철벽 수비’를 뚫지 못했고, 더는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판단하자 돌을 던졌다.
전날 2점 바둑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며 자멸한 한돌이 내용상 이세돌을 압도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세돌의 초반 실수를 아쉬워했다. 조인선 4단은 “이세돌 9단의 흑 31수가 첫 번째 실수였다. 한돌의 32수 이후 중계 화면에서 이세돌 9단이 계속 자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세돌 9단의 33수도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명적인 패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연달아 실책이 나왔고, 그 이후로 기회가 없었다”고 총평했다. 유창혁 9단도 “이세돌이 너무 잘 둬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판단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후회하는 모습이 화면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돌도 좌상귀 실수에 대해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면서 “정말 초반에 너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서 쉽게 패배한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뒤로 받았어야 하는 것을 밀어서, 너무 눈에 보이는 실수여서…”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솔직히 중국의 인공지능인 ‘절예’ ‘골락시’를 상대로는 이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한돌은 아직 접바둑에서는 조금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한돌을 개발한 NHN 측은 “더 좋은 승부가 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하며 “21일 대국까지 잘 치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세돌과 최종 대국 이후에도 1국에서 드러난 허점을 메우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NHN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과 달리 ‘한게임 바둑’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라며 “깜짝 이벤트 수준을 넘어 꾸준하게 한돌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돌과 1승씩 나눠가진 이세돌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3국에서 현역 마지막 대국에 나선다. 다시 이세돌이 2점을 깔고 둔다. 이세돌은 “진짜 마지막이기 때문에, 승패를 따지지 않고 제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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