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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재판, 법-검 설전 재구성…주인공은 검찰이 들고 나온 '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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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재판, 법-검 설전 재구성…주인공은 검찰이 들고 나온 'PPT'

입력
2019.12.19 19:13
수정
2019.12.2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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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가운데)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가운데)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고성을 주고받으며 또 한번 정면충돌했다.

검찰 측에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 고형곤 부장검사 등 8명의 검사가 법정에 나섰다. 변호인측도 김칠준 변호사를 포함해 7명이 나왔다. 장소는 재판 시작 전부터 방청객이 몰리면서 기존 일반법정에서 417호 대법정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검찰에 의견서와 관련해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자, 검사들은 번갈아 가며 “의견 진술 기회를 왜 주지 않냐”고 항의했다. 검찰의 항의와 재판부가 “앉으라”고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송인권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주요 장면을 재구성해봤다.

서울법원종합청사 내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법원종합청사 내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주인공 ‘파워포인트(PPT)’의 등장

이날 재판에 앞서 검찰은 재판의 중립성과 조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이날 재판에서 PPT를 띄워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재판 전 검찰은 컴퓨터 등을 점검하며 ‘제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 관련 의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란 제목의 PPT를 열어뒀다. 하지만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며, 검찰의 PPT설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검사(이하 검)=지난 공판기일 진행과 관련해서 저희들의 의견을 사전에 밝히고자 합니다.

재판장(이하 재)=재판부가 먼저 말씀드리고 진행과정을 논의하려 합니다. 앉으시죠. 검찰에서 녹음을 요청했습니다. 저희가 녹음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녹취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녹음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판준비기일 조서에는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습니다. 재판장이 중요하다고 판단된 것만 담기 때문에 추가 내용이 판단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녹음이 되고 있으니 조서 기재는 필요 없을 듯 합니다.

검=기일 조서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는데, 공판중심주의 내지 구두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검찰에서 법정에서 의견을 밝히는 게 절차상 맞는 것 같습니다.

재=저희가 의견서를 다 읽어봤습니다. 법에 따라 저희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12월 11일(3회 공판준비기일 다음날) 이후 검찰에서 많은 의견서를 내줬습니다. 그 중 제목이 좀 특이한 의견서가 있습니다. 재판부의 예단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과 (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신 내용입니다.

검찰이 예단과 중립성을 지적한 부분에 대해선,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를 계기로 재판부 중립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판 준비기일 조서 이의 제기와 관련해선 조서에 모든 내용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난 기일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것에 검사가 이의를 신청했는데도 그 부분이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에 한해 수정하는 방법을 법에 따라 검토하겠습니다.

◇승-재판부의 반복되는 ‘앉으십시오’

검=사전에 공판 진행과 관련해 의견서를 냈고, 공판중심주의 요지에 따라 그에 대해 진술할 수 있는데, 의견서 내용 진술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건 부당합니다.

재=재판부 입장에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앉으십시오.

검=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의견서를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데, 진술할 기회를 주십시오.

재=몇 번을 얘기해야 합니까. 앉으십시오.

검=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요청하는 겁니다. 진술 기회를 주십시오.

재=기회 드리기 어렵습니다. 앉으십시오.

검=의견을 밝힐 기회를 안주는 이유가 뭡니까.

재=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전- 검찰 또 다시 ‘불공정한’ PPT 사용 기회 지적

검=변호인 쪽 의견은 들으셨는데, 저희는 한마디도 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검찰 의견은 듣지 않으시고 변호인은 실물화상기까지 띄워 설명하게 합니까. 검찰은 실물 화상기를 띄울 기회도 없어 제대로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변호인측 의견은) 명백히 허위입니다. 제가 지금 재판에 지장을 주려고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재=앉으세요.

검=앉으세요? 공문서에 대한 이의제기인데 (재판부는) 단 한 마디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재=(검찰 의견서) 다 읽어봤습니다. 앉으세요.

검=소송 지휘에 대한 추가 이의제기도 못하게 하시는 겁니까.

재=일단 좀 앉으세요. 재판 진행에 방해되는 것 같습니다.

검=일단 알겠습니다.

◇결- 변호인과 검사 신경전

변호인=대단히 유감입니다. 공판중심주의 말씀하셨는데 대전제는 소송 지휘를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한 30년동안 재판을 해왔지만, 이런 재판 진행은 본 적이 없습니다. 법에 따라 이의제기는 가능 하지만, 그보다 앞서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어야 합니다. 재판장이 설정한 의제에 따라야 하고, 발언 기회에 따라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검사들이 모두 재판장의 발언을 제지하고 일방적으로 발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발언 허가를 얻어 말씀 드리는 겁니다.

검=변호사님이 재판부에 의견을 밝혀서 발언 기회를 얻은 거지, 저희를 비난하라고 얻은 발언 기회입니까. 저희도 재판장이 검찰 의견을 이렇게 안 받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재=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검=검찰에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많은 이의를 제기했는데, 재판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책임을 통감합니다. 재판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진행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의견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차후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5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9일 오전 10시에 이어질 예정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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