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다룬 책은 끝도 없이 세상에 나오지만, 영국의 역사가 클라이브 폰팅의 저작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고전으로 손꼽힌다. 그의 책들은 대안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게 특징이다.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된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World History: A New Perspective)’와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A New Green History of the World: The Environment and the Collapse of Great Civiliztion)’는 폰팅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역작이다. 두 권 다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한국어 번역본으로 처음 나온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는 서구 문명 중심으로 쓰인 세계사 저술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든 책이다. 폰팅은 세계를 움직인 동력이 서양 문명에서 발현했다는 서구 주류 역사학의 시각을 거부하고, 동양의 세계사적 역할을 재발견해내며 시각의 균형을 회복하려 애쓴다.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1,2권)
클라이브 폰팅 지음ㆍ왕수민, 박혜원 옮김
민음사 발행 ㆍ856쪽, 620쪽ㆍ3만5,000원, 2만8,000원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ㆍ이진아, 김정민 옮김
민음사 발행ㆍ636쪽ㆍ2만8,000원
그에 따르면 유럽은 문명 등장 이후 5,000년 동안 동양 거대 제국의 주변부에 지나지 않았다. 책은 문명별로 세계사를 재정리하기보다는 각 지역에 주목하며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훑어 나간다. 르네상스를 과감히 건너뛰어 버리고, 그 대신 고전 문화를 보존ㆍ발전시켜 서유럽에 전해 준 이슬람 세계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서구 문명의 자랑으로 꼽히는 산업혁명이 사실 영국이 아닌 송나라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부분이다. 송나라는 영국보다 700년가량 앞선 11세기 중반에 이미 ‘산업혁명의 목전’에 도달했다는 건데, 당시 송나라의 부는 어마어마했고 기술도 최첨단을 달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1076년 송나라의 철 생산량은 12만5,000톤에 이르렀던데 비해 1788년 산업혁명 태동기 잉글랜드에서의 생산량은 7만6,000톤에 그쳤다.
이 밖에도 책은 세계사의 ‘상식’에 속하는 관점들을 깨부순다. ‘이집트는 문명의 발상지가 아니었다’라거나 ‘유라시아는 단일한 역사 지역이었다’는 식의 서술들이다.
함께 번역된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는 인간 중심의 서사를 거부하고, 인류의 역사 전체를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이란 관점으로 파악해 환경사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이다. 폰팅은 수많은 위대한 문명의 붕괴 뒤에는 환경이라는 원인이 있음을 규명하며, 현대 문명도 예외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국내에도 두 차례 소개됐으나 이번에 완역본으로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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