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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바다ㆍ강 만나 만드는 ‘블루 에너지’… 햇빛ㆍ바람 없이도 풀가동

입력
2019.12.21 01:3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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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태양광ㆍ풍력ㆍ조력 등 이미 알려진 친환경에너지 외에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기를 지구 밖에서 생산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정도다. 우주에선 1㎡당 1,300와트(W)의 태양광을 받지만 대기를 뚫고 지표에 도달하는 양은 300W에도 못 미친다. 실제 일본은 10메가와트(㎿)급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 발사,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활용한 전기 전송 실험 계획을 세워뒀다.

우주태양광과 함께 에너지 공급원이 사실상 무한한 바다도 주목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염분차 발전에 대한 연구개발(R&D)이 눈에 띈다. 염분차 발전은 말 그대로 담수와 해수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지난 7월 미국화학회 학술지 ‘ACS 오메가’에 본인들이 개발한 염분차 발전 배터리 기술을 소개하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블루에너지’는 막대한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염분차 발전 적합

지구 면적의 약 79%를 차지하는 바다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은 크게 파력과 조력, 조류, 온도차, 염분차 발전으로 나뉜다. 조류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바닷물의 물살을, 온도차는 바다 표면의 온수와 심해의 냉수의 온도 차이로 전기를 만들어낸다. 미국 에너지성(DOE)에 따르면 이들 중 에너지 잠재량이 가장 큰 건 파력이다. 무려 2.7테라와트(TW)다. 발전량이 1GW(기가와트)인 원자력발전소의 2,70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어 염분차(2.6TW), 온도차(2.0TW), 조류(0.05TW), 조력(0.03TW)이 뒤를 이었다.

다만 단위 부피에 저장된 에너지를 나타내는 에너지 밀도까지 고려하면 염분차와 온도차 발전이 향후 제일 유망하다는 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설명이다. 에너지 밀도를 길이(m) 단위로 표시했을 때 파력은 1.5m, 조력은 10m, 조류는 0.05m였지만 온도차는 210m, 염분차는 240m에 달했다. 김한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해양 온도차 발전은 표층수와 심층수의 온도차(약 20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표층수의 온도가 대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중 온도변화가 적은 적도 지역이 유리하다”며 “표층수 온도변화가 큰 북위 38도 부근에 위치한 한국은 온도차 발전보다는 염분차 발전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삼면이 바다와 맞닿고 있어 강 하구나 방조제 등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서해와 남해로 흘러가는 5대강 하구의 염분차발전 잠재량은 3.5~4GW나 된다.

삼투압 현상 이용해 전기 생산

현재 개발된 염분차 발전 방식 중에서 대표적인 건 압력지연삼투와 역전기투석 발전이다. 압력지연삼투 발전은 삼투압을 활용한다. 물입자만 통과할 수 있는 얇은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바닷물을, 다른 쪽엔 민물을 집어넣으면 염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담수에서 해수로 물이 흘러든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 민물과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동일하게 되는데 이때 양쪽의 높이 차이를 삼투압이라 한다. 발전기 내부로 유입된 담수의 50%는 해수가 있는 분리막 반대편으로 넘어가게 되고 바닷물의 높이가 올라가면 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압력지연삼투 발전은 이스라엘 벤 구리온 네게브대 교수를 지낸 시드니 로엡 박사가 1973년 처음으로 원리를 발표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이후 2003년 노르웨이 국영전력회사인 ‘스탯크래프트’가 세계 최초로 압력지연삼투 발전 시험 공장을건설을 시작, 2011년엔 4킬로와트(㎾)급 발전소를 지었다.

소금 분리해 발전하는 역전기투석

역전기투석 발전은 이보다 조금 복잡하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륩(NaCl)을 양이온인 나트륨이온(Na⁺)과 음이온인 염소이온(Cl⁻)로 분리해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 방식은 이렇다. 해당 발전기는 각각 양이온과 음이온만 통과시키는 양이온교환막과 음이온교환막 사이에 해수가, 교환막 밖에는 담수가 들어간다. 해수와 담수사이의 이온 농도 차에 의해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은 담수 쪽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음전하를 띤 화학물질이 붙어 있는 양이온교환막은 나트륨이온을 잡아당겨 통과시키고 염소이온은 밀어내는데, 그러면서 양이온교환막에 염소이온 이동을 방해하는 힘(막전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양전하를 갖고 있는 화학물질이 붙은 음이온교환막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렇게 양이온ㆍ음이온교환막에 쌓인 에너지가 전극에 전달돼 전기를 만들게 된다. 그는 “양이온ㆍ음이온교환막 1개씩 썼을 때 약 0.15 볼트의 전기가 생성되고, 이런 교환막을 양 옆으로 계속 붙일수록 발전량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양이온ㆍ음이온교환막 10개를 연결하면 1.5볼트, 100개는 15볼트가 되는 식이다.

국내에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홍익대, 아주대 등이 역전기투석 방식의 전력량과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5㎾급 역전기투석 시운전 설비를 제주도에 설치 완료했다. 내년부터 염분차발전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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