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
법관 비위 은폐 질문에 “기억 흐릿”
“비위 행위를 저지른 문 부장판사에게 구두경고한 것이 사실이면, 그 해 근무평정에서 왜 그 판사에게 최고등급을 줬습니까”
“(구두 경고한 것을) 깜빡했습니다”
18일 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사법농단’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검찰은 특정 법관의 비위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게 아닌가 캐물었지만 윤 전 원장은 연신 “기억이 흐릿하다”고 답했다.
문모 전 부장판사는 2015년 부산고법에 근무하며 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에게 골프, 룸살롱 접대를 받고 법률 상담을 해줬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은 관련 사실을 윤 원장에게 알려주며 구두경고를 지시했다.
부산고법 수장으로서 소속 법관의 비위에 대한 조사ㆍ징계권을 가진 윤 전 원장은 사실 확인 없이 행정처장 지시에 따라 구두경고만 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3개월 뒤 앞선 구두경고는 아랑곳없이 문 판사의 근무평정에 “업무는 물론 외적인 면에서도 최선을 다함, 법관으로서 좋은 자질, 상위 보직이 적절하다”는 호평만 썼다.
이 사건에 관여한 다른 법관도 법정에 출석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행정처 윤리감사관으로 문 판사 비위 대응문건을 작성했던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1일 재판에서 이례적 처분임을 인정하면서도 “왜 그렇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2016년엔 문 부장판사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 뇌물 혐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문 부장판사는 경위서도 한 장 작성 않고 이듬해 2월 무사히 퇴직했다. 당시 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전 대법관은 “문 부장판사 사퇴 이후로 조 전 청장 선고를 미뤄달라고 전화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윤 전 원장은 “통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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