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7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증여한 토지에 대해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내라는 국세청의 통지를 받았다. 내야 할 세금을 제 때 내지 않았으니 추가로 세금을 더 내라는 거였지만 A씨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6년 전 해당 토지에 대해 A씨의 경작 사실을 인정하고 세금을 감면한 건 국세청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근로소득이 있어서 경작 여부가 불분명했던 A씨를 상대로 농약이나 비료 등 매출 거래 내역에 대한 서면조사뿐 아니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현지 조사를 통해 감면 결정을 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사후관리를 통해 자경을 인정했지만 6년이 지나 과세처분이 잘못됐다며 가산세까지 부과했다. A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가산세 부과 취소를 권고했지만 국세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A씨 사례처럼 부당한 처분에 대해 시정권고나 의견표명을 했어도 불수용한 행정기관을 집계해 19일 발표했다. 최근 5년간 권익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 해결되지 못한 민원은 총 274건인데, 국세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8개 기관의 건수가 절반에 달했다.
국세청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LH가 23건, 국토교통부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는 10건, 한국도로공사는 7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6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산림청은 각각 5건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중엔 주차장을 짓기 힘든 면적의 ‘주차장용’ 토지를 LH에서 분양 받았다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B씨 사례도 있었다. 권익위는 노외 주차장으로 조성하면 12대를 수용하는 게 전부고, 기계식 주차장치를 설치해도 7대 수용이 가능하다는 건축사 의견을 토대로 “주차전용 건축물 설치는 실제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의견과 함께 B씨에게 계약금 반환을 권고했지만 LH는 따르지 않았다.
민원이 워낙 많아 전부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권익위 권고 불수용의 공통된 이유다. 국세청은 권고 불수용 1위라는 권익위 발표에도 “세무 관련 민원이 많아 시정권고ㆍ의견표명 건수가 많고, 수용도 많지만 불수용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수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권태성 권익위 부위원장은 “권익위 시정권고나 의견표명은 불합리한 행정처분이나 제도에 대해 적극 행정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고충민원 해결을 위한 기관 간 회의에 실ㆍ국장급 이상이 직접 참석하는 등 협력을 강화, 불수용 건수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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