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중 1차 무역협상 호재 반영… 취업자수 증가폭 25만명 그칠 것”
정부는 19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정부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2.0%)보다 0.4%포인트 높은 2.4%로 전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나 해외 투자은행(IB)보다는 한층 낙관적 목표임에도, 우리 경제가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 거란 의미이기도 하다.
◇2.4% 성장 가능할까
정부의 내년 성장률 반등 전망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10월 전망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3.4%)은 올해(3.0%)보다 0.4%포인트 높아지고, 교역량 증가율도 올해(1.1%)의 세 배 수준인 3.2%로 전망된다.
하지만 2.4%의 성장률도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전망치는 IMF(2.2%)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이상 2.3%) 등보다 높다. 소시에테제네랄(1.9%),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1.8%) 등 해외 IB들과는 격차가 더 크다.
특히 2.4%는 한은이 지난 8월 추정한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2.5~2.6%)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년에도 여전히 경제가 정상 궤도 아래에 있을 거라는 의미다.
그나마도 정부는 이번 전망에 최근 타결된 미중 1차 무역협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중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에 0.3%포인트 가량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데, 1차 협상으로 불확실성을 덜었다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들보다 늦은 시점에 전망을 내놓으며 최신 호재를 반영한 덕에 전망치가 좀 더 올라간 측면이 있다.
◇낮아진 고용증가폭
지난해 ‘고용 참사’를 불렀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28만명 예상)보다 낮은 25만명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지는데도 고용지표는 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작년보다 올해 5만6,000명 줄었던 15~64세 사이 생산가능인구가 내년엔 올해보다 23만1,000명 급감하는 점을 취업자 증가폭 계산에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용 증가폭은 줄어들지만, 고용률(67.1%)은 올해(66.8%)보다 높아진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100조원 투자’ 등을 내세우며 경기 반등의 핵심으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전년 대비 7.7% 급감하면서 부진했던 설비투자 규모는 내년 다시 5.2% 성장하면서 반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반도체 수요가 회복하고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가 개선될 거라는 전망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올해(-4.0%)에 이어 내년에도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올해 연간 10.9% 감소한 수출 물량은 내년에는 3.0% 성장세로 반전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세계 교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고, 선박도 2017~2018년 수주한 물량이 결실을 본다는 것이다. 설비투자 증가 영향으로 수입은 2.5%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은 올해(580억달러)보다 15억달러 늘어난 595억달러로 전망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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