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3+1, 핑퐁게임 지속… 선거법 합의 최종 변수로
결국 ‘석패율제’가 선거법 합의의 발목을 잡았다. 소수야당 지도부가 18일 석패율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내년 4월 총선 ‘게임의 룰’ 단일안을 던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며 최종 합의가 또다시 미뤄졌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근소하게 패배한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로, 민주당은 ‘중진 구하기용’이라며 반대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고 소수야당이 제안한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의총 후 “석패율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훨씬 많이 나왔다”(박찬대 원내대변인)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뒤 공을 다시 소수야당 쪽으로 넘겼다.
이날 의총에서 의견을 제시한 민주당 의원 20여명 대다수가 석패율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패배하는 후보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 중진 의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석패율 적용 비례대표가 ‘중진 재선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년 가까이 끌어온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가칭 대안신당 등 4개 소수야당은 이날 오전 대표급 회의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각각 250석과 50석으로 하되,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내용의 선거제 단일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던 수준이었다. 다만 4당은 연동률 상한선을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또 민주당이 막판 카드로 던진 석패율제 대안 ‘이중등록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 대신 석패율제를 고수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석패율제는 정치의 큰 병폐인 지역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석패율제 도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하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과 소수야당이 각각 ‘중진 재선용 불가’ ‘지역구도 철폐’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 내년 총선 밥그릇 다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은 지역구에 출마한 소수야당 후보가 석패율 당선을 노리고 선거를 완주, 진보진영의 표를 갉아먹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분열하면 결국 자유한국당 후보자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입장 발표 후 야당은 인사청문회 협조 불가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민주당이야말로 정국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며 “(정세균 국무총리ㆍ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남았지 않느냐”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 일부에서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협상 재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소수야당이 제안한 석패율제 적용 규모(6석)를 줄이거나, 이중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또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 모두에게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 개최도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현재 선거법에만 모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와 함께 시급한 예산부수법안, 민생법안 처리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선거제 개정안 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석패율, 연동형 캡, 이중등록제, 인구기준 변경 등 온갖 꼼수들을 동원해 밥그릇 하나라도 더 빼앗아 먹으려는 탐욕의 아귀다툼뿐”이라고 꼬집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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