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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非강남 갈등 불지른 ‘한국판 부동산 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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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非강남 갈등 불지른 ‘한국판 부동산 카스트’

입력
2019.12.19 04:40
수정
2019.12.19 07: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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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ㆍ16 부동산 대책 ‘거주지 계급론’ 비화]

“가진 건 강남 집 한채인데 무슨 죄”“앉아서 몇억 벌었으면 세금 내야”

전문가 “자산가들 피해자 아니다… 양질의 주택 공급정책 선행돼야”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6일 오후 헌 시민이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6일 오후 헌 시민이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12ㆍ16 부동산 대책’과 내년 공시가격 인상 방침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집값 수준을 기준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부동산 계급’을 양산하면서 이들 사이의 갈등도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보유 부담이 늘어난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강남에 집 한 채 가진 게 죄냐”는 울분을 터뜨리는 반면, 절대 다수의 비고가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들은 “늘어난 재산만큼 부담을 지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기존의 ‘강남 대 비강남’ 부동산 프레임을 ‘거주지 계급론’으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렷해지는 부동산 계급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6일과 17일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부동산 규제는 기존 우리 사회의 부동산 계급을 더욱 세분화, 공고화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보고 일종의 '부자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왔는데, 정부가 나서 '부자의 기준'을 더 세분화했다는 의미다.

벌써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빗대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에는 △15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 △9억~15억원 소유자 △9억원 이하 소유자 △무주택자라는 '한국판 카스트 제도'가 도입됐다거나 "거주 지역과 집값에 따라 1ㆍ2등 시민이 갈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무주택자는 "부동산 정책을 보면 영화 '설국열차'와 비슷하다"며 "15억원 이상 주택은 부유한 상류층이 모인 맨 앞칸, 뒷칸에서 단백질바를 공급받는 사람들은 무주택자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론을 타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부동산이 불평등의 뿌리가 되고 계급이 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대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대훈 기자

◇세부담 시각은 ‘극 과 극’

크게 ‘가진 계급’과 ‘못 가진 계급’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을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사실상 투기집단으로 본 다주택자는 차치하고라도, 실거주용 주택을 가진 서울 주요지역의 1주택자 역시 내년 납부할 종부세율이 높아진데다 과세표준인 공시가격까지 오르면서 아우성치고 있다. 전통의 강남권(강남4구)뿐 아니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 범강남권 주민들은 △'살고 싶어서' 집을 샀고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는 정부 권고대로 한 채밖에 없는데 △보유세가 30~40%씩 오르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윤모(43)씨는 "아이 교육 때문에 6년 넘게 이곳에 살았고 평생 1주택자였는데, 정부가 갑자기 투기꾼 취급을 하고 있다"며 "직장, 학교 때문에 집을 옮기기도 쉽지 않고 양도세는 더 부담이 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을 바라보는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범강남권 집값이 1년 새 3억~4억원씩 상승했는데, 세금 1,000만~2,000만원이 오른다고 반발하는 건 '도둑 심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는 "불로소득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하면 강남 집을 팔면 그만"이라거나 "앉아서 몇억원씩 벌었다면 그 정도 부담은 감수하는 게 공정사회"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아파트 매매시세별 가구수 비중 - 송정근 기자
서울아파트 매매시세별 가구수 비중 - 송정근 기자

◇“이대로면 계급 갈등 더 커질 것”

특히 서울에서 시세 9억원 넘는 아파트(전체의 36.6%)가 대부분 강남4구, 마용성 등 범강남권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이들이 부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집값이 오른 것은 개인의 노력보단 정부 정책의 결과"라며 "세금을 올린다고 하지만 노동이 들어가지 않은 자산가치 상승에 비해 미미한 만큼 '선의의 피해자'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부동산발 사회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적정 소득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절망스러운 환경이 이어질 경우 박탈감만 커지는 '계급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등 완화의 대안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수요를 적대시하고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하는 정책으로는 집값이 오히려 더 튈 수 있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진보 정부조차 중산층 표심이 두려워 집값에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투자 수익 중 합당한 정도의 수준은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공공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칼을 뽑았으면 차기 정부에서 정책을 다시 바꾸지 말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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