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18일 탄핵안 표결 ‘3번째 탄핵소추 대통령’ 추진
트럼프 탄핵 이슈로 지지층 결집 노려, 북핵협상엔 악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임 여부를 가르는 ‘탄핵 주사위’가 던져졌다. 탄핵 추진의 단초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를 마친 미 하원은 18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친다. ‘미 헌정 사상 3번째 탄핵소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낙인을 안기려는 민주당과 탄핵 공세를 뚫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와 공화당 간 본격적 대결의 막이 오른 것이다.
탄핵안 표결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을 쏟아내며 기선 잡기에 나섰다. 분노는 탄핵 조사를 진두지휘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탄핵은 불법ㆍ당파적이고 우리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쿠테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역사는 이번 탄핵을 추진한 당신을 혹독하게 평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입증되지도 않은 과장된 혐의에 대한 조사 비용으로 4,500만달러를 지출하고도 모자라 18명의 분노한 민주당 검사와 무능하고 부패한 연방수사국(FBI) 직원들이 동원됐지만 나에 대해 발견한 것을 아무 것도 없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탄핵에 대한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 “부드럽게 표현해서 ‘0’만큼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서한 만으로 하원 탄핵 표결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도) 알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역사에 남기고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펠로시 의장도 거칠게 응수했다. 그는 곧바로 “(서한을) 바빠서 다 읽지 못했다. 핵심은 봤는데, 아주 역겹다(really sick)”고 반격했다. 탄핵소추안 작성을 담당한 하원 법사위원회의 제이미 라스킨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의 계속된 행동은 미국 민주주의에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탄핵 정당성을 강변했다.
탄핵안 하원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를 직위에서 끌어내릴지 말지를, 진짜 결정하는 상원의 탄핵심판이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결 정족수인 재적의 3분2 이상을 채우려면 전체 100석 가운데 67표를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53석)에서 무려 14명의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는 계산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실제 탄핵 여부가 아니라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정치적 치명상을 입느냐가 탄핵 정국의 명암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드루 존슨과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소추된 역대 3번째 대통령이라는 낙인만 찍어도 재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노림수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펜실베니아 지역 유세에서 “(탄핵 추진은) 내 정치적 입장에선 오히려 좋다”고 밝혔다. 탄핵 이슈를 되레 지지층 결집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반도 역시 미국의 ‘탄핵 시간표’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교롭게도 하원 표결을 시작으로 내달 상원 심리에 이르는 탄핵 일정이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과 중첩된 탓이다. 정치인의 명운이 달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당분간 북핵 문제는 후순위로 밀어둘 수밖에 없어 한국엔 좋지 않은 신호다.
미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트럼프는 디테일이 전체를 지배하는 비핵화 협상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역설적이게도 이런 약점이 그를 더욱 더 북핵문제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손 합의’로 끝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등 이미 실패를 겪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위험 부담을 떠안느니 오히려 북핵에서 서서히 손을 떼려 할 것이란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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