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 노린 가건물 우후죽순… 택지개발계획 마무리 1년 만에 1200가구 폭증
30여년 전 경기 광명 개발은 투기 광풍 속, 한바탕의 복마전이었다. 현지에서 가게를 운영했던 철거 상인들은 정부를 믿고 따르다가 상가 분양권을 가지고도 아직까지 자신의 가게를 열지 못하고 있지만, 투기에 나선 세력들에게는 ‘눈먼 돈’을 쓸어모으는 기회였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엄정한 법집행을 하지 않을 때 ‘보상과 처벌’의 대상이 어떻게 뒤바뀌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한 신문기사를 보면, 안양천변의 상습침수 구역이었던 광명 하안동 일대 개발이 확정되면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무허가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85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고시됐고 86년에 사업계획이 마무리된 이후 1년 사이에 3,000가구였던 개발 지역 내의 세대수가 4,200가구로 급증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는 사업비 총 2,500억원을 들여 2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토지매입에 나섰는데 보상을 노린 전입신고였던 것이다. 부동산업자들이 건축용나무 패널을 세우고 앞뒤로 천막을 친 뒤 비닐로 지붕을 덮어 가짜 집들을 순식간에 만들었다.
철거 상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단속 요원들은 투기꾼들의 입성과 불법 전매를 상당 부분 눈감아줬다. 당시 하안동 개발 현장에 있었던 구자태씨는 “자고 일어나면 100여채씩 패널로 집이 지어져 있었는데, 전부 아파트 분양권을 줬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등의 입주권은 전매를 금지하며 적발 시 처벌되고 몰수된다’는 취지의 공지문을 토대로, 당시 단속요원들이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삿짐을 검사하며 첫 분양자가 맞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불법 전매가 드러나면 뒷돈을 받고 눈감아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구씨는 “단속요원들이 불법 전매된 아파트를 찾아가서 ‘수고 많으십니다’ 하고 서 있으면, 입주자가 50만원씩을 줘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1990년 신문보도를 보면, 광명 하안 택지개발예정지구에서 주택공사 직원들이 총 6,056만원의 금품을 받고 451장의 철거확인서를 부당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5명이 파면되고 6명이 해임,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전매하지 말라’는 주택공사의 공지대로 상가 분양권을 유지했다가 피해를 본 철거 상인인 이종성씨는 “정직하게 살아서 손해를 본 것 같다”며 “후회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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