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오! 베트남] 축구로 뭉친 1억 인구 “축구 우승했으니 경제도 잘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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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축구로 뭉친 1억 인구 “축구 우승했으니 경제도 잘 나갈 것”

입력
2019.12.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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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베트남 축구의 파급 효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10일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 경기대회(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대파한 뒤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베트남넷 캡처

지난 10일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필리핀에서 열린 동남아시안 경기대회(SEA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베트남에선 ‘경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일개 스포츠에 불과한 축구가 한 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 얼마나 미칠까도 싶지만, 축구 하나로 똘똘 뭉친 인구 1억, 평균 연령 31세의 베트남의 경우는 좀 다르다. 게다가 동남아 10개국 모임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있어 인구(2억7,000만명)로든, 경제 규모(1조400억달러)로든 각각 40%가량을 차지하는 ‘아세안의 대국’ 인도네시아를 꺾었다는 자부심도 이를 거들고 있다.

 

 ◇베트남은 지금 ‘자신감 충만’ 

축구로 온 나라가 열광했던 지난해, 베트남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대회 우승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꼭 1년 만에, 대회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SEA게임에서도 동남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국민들 가슴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잡았다.

이계선 하노이 탄롱대 교수(사회학)는 “전후 세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애국심’이 그동안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었다”며 “그러나 축구 경기를 통해 그것을 느끼기 시작한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갖게 된) 베트남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베트남의 성장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축구를 통한 자신감 표출은 지난 11일 베트남 정부청사에서 열린 SEA게임 선수단 환영 만찬행사에서도 확인된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번 승리가 경제ㆍ문화ㆍ사회 각 분야에 강한 영감을 불어넣었다”며 “(대회 우승은) 강력하고 번영한 베트남을 건설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43개 종목에 참가한 590명의 선수단 중 남녀 축구선수 50여명만을 초대, 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푹 총리는 특히, 베트남 국민들에게 이 같은 ‘무형의 가치’를 선사한 박항서 감독을 끌어안으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상대팀에 대한 치밀한 분석, 최적화된 전략이 이번 성과를 냈다” “박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과 팀에 대한 헌신이 결정적이었다” 등과 같은 칭찬도 쏟아냈다.

 ◇기업들 “우리도 축구팀처럼” 

축구 성적과 베트남의 앞날을 연결 짓는 듯한 푹 총리의 이런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베트남 축구팀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는 평소 발언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던지는 ‘감독 하나 바뀐 것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1월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의원 축구대회에서 부득담 부총리가 현란한 발놀림으로 공을 몰고 있다. 베트남 지도층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담 부총리는 거리에서 스스럼 없이 시민들과 어울려 응원을 하는 관료로 유명하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실제 박 감독이 동남아에서도 ‘변방’에 머물던 베트남 축구를 역내 최고 무대의 정상에 올라서게 하자, 베트남 축구가 짧은 시간에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연구 열기도 뜨겁다. 베트남 축구팀처럼 기업주가 이른바 ‘티칭 스킬(teaching skill)’을 제대로 갖추면, 해당 기업도 똑같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바탕에 있다는 얘기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을 낸 전속 통역 레휘콰씨는 “나도 박 감독이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놀랐다”며 “축구선수 훈련 이야기지만,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G.R.O.W’ 훈련이론이다. 목표(Goal)를 먼저 설정한 뒤, 현실적인 여건(Reality)들과 문제들(Obstacles)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인적자원 훈련법으로, 목적 달성 후에도 선수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길과 비전을 제시(Forward)하는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의 경우는 팀에 ‘우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적 달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낮은 체력’과 ‘성취욕 문제’를 제거함으로써 지금의 업적을 쌓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베트남경제연구소의 팜시안 거시경제국장은 “축구팀의 업적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들이 보인 변신 과정을 경제에 적용한다면 베트남 경제도 비슷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포츠 흥행 후 급성장한 경제 

물론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가 베트남 경제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베트남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딱히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베트남이 SEA게임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3년 전후, 그리고 축구로 1년 내내 열광했던 2018년의 경제성장률이 여느 해보다 높았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2003년 당시 SEA게임 주최국이던 베트남은 금메달 158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7.08%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7.34%, 2004년 7.79%를 각각 기록했다. 2005년엔 8.43%로 껑충 뛰는 등 우승 이후 성장 폭이 크게 확대됐다. 또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7.31%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0년래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2018년은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주목을 받았던 해다.

특히, 1975년 베트남전 승전으로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게 된 베트남으로선 내년 전망도 밝다. 200회의 국제회의를 치르는 아세안 의장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국 역할을 동시에 맡아 운신의 폭을 대폭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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