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뛰길 원하는 김광현(31)에게 세인트루이스는 ‘기회의 땅’이다.
올해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은 우완 일색이었다. 잭 플래허티-마일스 마이콜라스-다코타 허드슨-아담 웨인라이트-마이클 와카로 이뤄진 1~5선발이 모두 오른손이다. 6선발 자원인 다니엘 폰세 데 레온 역시 우완이다. 총 162경기 중 무려 160경기에 오른손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좌완 투수로는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나머지 2경기에 등판했다.
세인트루이스에 경쟁력 있는 왼손 선발이 부족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엔 오스틴 곰버가 11경기, 2017년 마르코 곤잘레스가 1경기에 좌완으로 등판한 게 전부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지막 왼손 10승 투수는 2016년 하이메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당시 30차례 선발 등판해 10승13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했다.
즉시 전력뿐만 아니라 왼손 유망주마저 부족한 팀 상황에서 김광현은 선발 한 자리를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미국 NBC스포츠는 김광현의 선발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 매체는 “세인트루이스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불펜에 두고, 김광현에게 선발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16승을 따낸 우완 마르티네스는 올해 중간 투수로만 48경기에 나갔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김광현은 18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선발 투수를 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서도 “첫 번째 목표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팀에서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선발 보직을 고집하지 않았다. 팀 상황에 따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을 맡을 수 있다는 의지였다.
이 점은 세인트루이스 구단에도 좋은 인상을 줬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은 “몇몇 선수들이 (협상 과정에서) 선발 보장만 고집했다”며 “우리는 좀 더 융통성이 있는 투수가 필요했고, 김광현이 이 부분을 이해해줬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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