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이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꿈을 던진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달러(약 93억원)에 계약했다. 매년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150만달러도 걸려 있어 총액은 최대 1,100만달러(128억원)에 달한다. 김광현이 원했던 3년 계약은 아니지만 연평균 금액을 높여 만족스러운 조건에 합의했다. 또 계약서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라는 안전장치를 걸고 선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빅리거 꿈을 이룬 김광현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박찬호, 류현진 선배를 보고 항상 꿈을 키웠다”며 “빅리그 마운드에 같이 설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이렇게 도전할 수 있어 뜻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2전3기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2014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200만달러의 입찰액을 적어낸 샌디에이고와 협상을 했지만 당시 샌디에이고가 1년 100만달러를 제시해 결렬됐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16년엔 시카고 컵스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보직 및 세부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원 소속팀 SK와 4년 총액 85억원에 계약했다.
두 차례나 빅리그 진출이 무산됐어도 김광현은 꿈을 놓지 않았다. 2016년 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2017년을 통째로 쉰 이후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올해 17승6패 평균자책점 2.51의 성적을 남겼다. 구위도 처음 빅리그 문을 두드렸던 5년 전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2014년 146.7㎞였고, 올해 147.1㎞를 찍었다. 그 동안 물음표로 남았던 건강문제를 김광현이 지워내자 빅리그 구단들은 30대 초반인 그에게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다.
올 시즌 내내 자신의 등판 경기를 따라다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보며 복수 구단의 관심을 확인한 김광현은 SK와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에서도 빅리그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구단 허락을 받아 김광현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의 부름을 기다렸다. 현지 언론에서 김광현에게 관심 있는 팀으로 샌디에이고, 시카고 컵스, 애리조나, 캔자스시티 등이 꾸준히 거론됐고 김광현은 협상 마감 기한인 2020년 1월 6일에 앞서 일찌감치 내셔널리그 명문 세인트루이스와 입단 합의를 마쳤다. 한국인 선수가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는 류현진(2013년ㆍ6년 3,600만달러), 강정호(2015년ㆍ4년 1,100만달러), 박병호(2016년ㆍ4년 1,200만달러)에 이어 김광현이 네 번째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현 삼성ㆍ2016~17년) 이후 한국인 선수 두 번째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SK 시절 달았던 등 번호 ‘29’가 아닌 ‘33’을 달았다. 김광현에게 ‘3’은 삼진을 의미한다. 팀 내 호칭은 ‘KK’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은 김광현의 영어 이름(Kim Kwang-Hyun)을 빗대 ‘KK’라고 취재진에 소개했다.
월드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야구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김광현은 “무척 기대가 되고 떨린다”며 “야구를 몰랐던 사람도 알 수 있는 명문 구단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자회견 말미에 “한 마디만 더 하겠다”고 자처한 뒤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며 ‘생큐 SK’ 팻말을 들어 보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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