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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면담자료’도 등장… 송병기 업무수첩, 스모킹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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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면담자료’도 등장… 송병기 업무수첩, 스모킹건 되나

입력
2019.12.18 11:25
수정
2019.12.18 23: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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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원전해체ㆍ국립대 등 지역 현안사업 업무수첩에서 확인”

송철호 울산시장 출마 앞두고 靑과 공약 사전협의 정황 드러나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울산=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울산=뉴스1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지역 현안사업들을 나열한 ‘VIP 면담자료’라는 메모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출마를 앞두고 청와대와 공약을 사전 협의한 정황이 업무일지를 통해 속속 드러나면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이 선거개입 수사에 결정적 증거(스모킹건)로 부상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VIP 면담자료’ 1번 원전해체센터, 2번 국립대, 3번 외곽순환도로라고 쓰여있는 대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5, 16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김 전 시장은 조사 과정에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복사본 30여페이지 중 4, 5페이지를 직접 봤다고 설명했다. 업무수첩에 등장하는 VIP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등장하는 지역현안들이 송철호 시장 당선 이후 정부 협조를 받아 해결된 점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이 내세운 공약의 하나였던 울산 외곽순환도로사업은 이전까지 경제성 부족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되다 올해 1월 정부로부터 면제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송 시장과 송 부시장이 실제 문재인 대통령 또는 청와대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지역현안을 설명했는지, 아니면 면담을 추진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 측 선거준비단이 내부적으로 공약을 논의한 내용을 넘어 청와대 관계자들과 사전에 공약을 협의한 정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시장과 송 시장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병원 유치와 관련해서는 청와대 관계자의 실명과 만난 날짜까지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전 시장에 따르면 업무수첩에는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A씨를 비롯해 복수의 1급 비서관 이름이 적혀 있다. 김 전 시장은 “송 시장이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8일 전인 2018년 1월 23일 혁신형 공공병원, 국립3D프린팅연구원 예산이 확보됐으니 당선 즉시 챙기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라는 취지로 쓰여있다”고 말했다.

안종범(오른쪽)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고영권 기자
안종범(오른쪽)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고영권 기자

공직자가 꼼꼼하게 기록한 업무수첩이 검찰 수사에 결정적 증거로 역할을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이른바 ‘안종범 수첩’도 국정농단 수사의 스모킹건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안종범 수첩 내용 중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부분에 대해 증거 능력이 있음을 인정했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것도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단서가 됐다.

사법농단 사건에서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윗선의 지시사항을 적은 ‘이규진 수첩’이 안종범 수첩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에 대법원장을 뜻하는 ‘대(大)자’를 별도로 적어놓은 게 양 대법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또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전 시장을 변호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 놀랄 정도로 상세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며 “송 부시장의 기록이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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