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언맨’ 등 공상과학(SF)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가상현실(VR)’을 차량 개발 과정에 도입한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 20%, 개발 비용 15%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17일 경기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18일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이다.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VR 디자인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처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평가자들은 가상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마음대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하면서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해야 했던 과정도 대부분 생략할 수 있게 됐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디자인센터, 미국디자인센터, 중국디자인센터, 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디자인 품평 외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점차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증강현실(AR) 기술도 도입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VR 설계 품질 검증 프로세스는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도어, 트렁크,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 △운전석의 공간감 및 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