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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차, VR기술로 신차 개발… “기간ㆍ비용 모두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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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차, VR기술로 신차 개발… “기간ㆍ비용 모두 감축”

입력
2019.12.18 08:51
수정
2019.12.18 19: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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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17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와 수익성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VR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는 17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와 수익성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VR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언맨’ 등 공상과학(SF)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가상현실(VR)’을 차량 개발 과정에 도입한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 20%, 개발 비용 15%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17일 경기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18일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이다.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처럼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연구원들이 VR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연구원들이 VR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VR 디자인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처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평가자들은 가상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의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마음대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하면서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해야 했던 과정도 대부분 생략할 수 있게 됐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디자인센터, 미국디자인센터, 중국디자인센터, 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디자인 품평 외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점차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증강현실(AR) 기술도 도입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디자이너들이 VR을 활용해 자동차의 헤드램프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디자이너들이 VR을 활용해 자동차의 헤드램프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VR 설계 품질 검증 프로세스는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도어, 트렁크,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 △운전석의 공간감 및 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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