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혜은이“37년 전 곡을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니 신기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혜은이“37년 전 곡을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니 신기해요”

입력
2019.12.18 15:00
수정
2019.12.18 19:05
23면
0 0

1982년 부른 ‘천국은 나의 것’

시티팝 유행 타고 다시 인기

내년 초 데뷔 45주년 앨범 발매

가수 혜은이의 히트곡 '제3한강교'는 가사가 일부 수정돼 다시 나왔다. 그는 “어제 처음 만나 사랑하고 다음날 하나가 됐다는 이야기 등이 청소년에 유익하지 않다고 해 가사를 일부 바꿨다”고 말했다. EBS 제공
가수 혜은이의 히트곡 '제3한강교'는 가사가 일부 수정돼 다시 나왔다. 그는 “어제 처음 만나 사랑하고 다음날 하나가 됐다는 이야기 등이 청소년에 유익하지 않다고 해 가사를 일부 바꿨다”고 말했다. EBS 제공

세대 구분을 쉽게 하는 퀴즈 하나. ‘다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혜은이의 ‘제3한강교’(1979)를 떠올렸다면 50대 이상이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2014)라면 10~30대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세대에겐 ‘제3한강교’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 것이다. 1985년 한남대교로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17일 EBS 음악 다큐 ‘싱어즈-시대와 함께 울고 웃다’ 제작발표회장인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만난 가수 혜은이(김승주ㆍ65)는 “개인적으론 한남대교로 이름이 바뀌어 굉장히 속상하다”며 웃었다. 간담회가 끝난 뒤 혜은이를 따로 만났다.

그러고 보면 혜은이는 1970년대의 상징 같은 가수였다. ‘제3한강교’만 해도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이 밤을 맴돌다가~’ 가사 한 줄로 제3한강교를 ‘데이트 성지’로 만들었다. “그땐 둔치가 없었고 다 풀밭이었어요. 노래가 나온 뒤 다들 다리 밑으로 많이 가셨어요. 그 덕에 저도 다리에서 노래를 많이 했고요.”

1977년 발표한 노래 ‘뛰뛰빵빵’의 배경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도로가 뚫려 국토개발 붐이 한창이던 대한민국이다. 곡 자체도 흥이 가득하다. “그땐 차도 많지 않았어요. 경부고속도로 자체가 신기해 구경하러 갈 때였으니까요. 곡을 쓰신 길옥윤 선생님은 딸이 자동차 모형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곡을 쓰셨다고 했어요. 아, 저도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참 많이 갔어요. 하하하.”

그런 혜은이였는데, 2010년대 말에 들어 ‘Z세대의 상징’으로 다시 불려 나왔다. 요즘 젊은이들의 ‘시티팝’ 유행을 올라탔다. 시티팝이란 1970~80년대 유행한, 펑키한 베이스와 잘게 쪼개는 화려한 기타 연주에다 신시사이저 등의 소리를 더한, 흥겹고 풍성한 음악을 말한다.

Z세대들은 시티팝의 핵심으로 윤수일의 ‘아름다워’(1984년)와 함께 혜은이가 1982년 부른 ‘천국은 나의 것’을 꼽아 버린 것. 가수 선우정아는 지난해 ‘천국은 나의 것’을 리메이크했다. 그 덕에 2019년 서울 홍대 클럽에 모인 Z세대들이 1982년 노래 ‘천국은 나의 것’을 틀어놓고는 춤을 추는, 기묘한 장면이 탄생했다.

혜은이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 했다. “그때 그 노래를 받았을 때도 ‘이게 나에게 맞는 노래일까’ 의심을 못 지웠고요, 녹음할 때도 ‘어떤 분위기를 내야 할까’ 고민을 계속했던, 정말 힘들었던 곡이에요. 그런 곡인데 몇십 년 뒤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신기할 뿐이지요.”

좋은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십 년 뒤 혜은이를 재발견해낸 Z세대뿐 아니라, 오래된 팬들도 혜은이를 그냥 내버려두질 않았다.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한 혜은이는 내년 1~2월쯤 새 앨범을 낸다. 데뷔 45주년 기념 앨범인 셈인데, 이 앨범의 제작자는 다름 아닌 혜은이의 오랜 팬들이다. “팬들께서 ‘이건 혜은이에게 어울릴 만한 곡’이라면서 작곡가들에게서 일일이 곡을 다 받아 오셨더라고요.” 팬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내는 앨범이 아니라, 팬들이 45년간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가수에게 주는 앨범인 셈이다. 혜은이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라며 밝게 웃었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혜은이는 사기 의혹에 휘말리는 등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고생도 제법 했다. 하지만 혜은이는 오랜 팬들과 Z세대 팬들 덕분에 다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장에 내걸린 자신의 사진 밑에다 혜은이는 이런 글을 써놨다. “나는 가수다. 나를 잡아 흔들고 끌어내리려고 하는 모든 스캔들을 싸워 이긴 사람. 그러니까 권투선수로 비한다면 무하마드 알리.” 작은 체구의 혜은이가 유난히 단단해 보였다.

22일 방송되는 EBS 음악 다큐 ‘싱어즈’는 혜은이 이외에도 송창식, 양희은, 전영록 등 시대와 함께한 가수들 이야기를 전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