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에 지명… 文대통령 “국민통합ㆍ경제성과 적임”
“삼권분립 훼손” 지적 무성, 한국당 “의회 시녀화” 맹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민생 경제”와 “국민의 통합ㆍ화합”을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집권 하반기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앞두고 ‘화합ㆍ안정형 경제 총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전직 입법부 수장(국가 의전서열 2위)이 행정부 2인자(의전서열 5위)로 옮기는 것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69세의 6선 중진인 정 후보자 지명이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한 ‘쇄신 인사’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자는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으로,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국회와 정부, 기업에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내각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국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적임자”고 평했다. 청와대가 정 후보자에게 ‘관리형 총리’보다는 ‘힘 있는 총리’를 기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인선의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 대해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총리는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국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임명된다. 총리 인준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295명) 과반 이상 출석ㆍ재석 의원 과반 이상 찬성’이어서 민주당(129석) 단독으로는 가결이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충분히 검증했다”며 정 후보자의 검증 통과를 자신했다. 정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대체로 신망이 두텁고,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 검증을 통과했다. 정 후보자가 인사검증 동의서를 제출한지 약 일주일 만에 청와대가 총리 지명을 한 것도 자신감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과 청문회 개최 일정 등 인준 절차를 놓고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국회의장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직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 고심했지만,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을 따지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참히 짓밟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시녀화하겠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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