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과학계 블라인드 채용 논란...전문, 공정성 살릴 보완 대책 필요”

알림

“과학계 블라인드 채용 논란...전문, 공정성 살릴 보완 대책 필요”

입력
2019.12.18 04:40
22면
0 0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인터뷰 

지난 11일 서올 종로구 서촌의 한 카페에서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계의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1일 서올 종로구 서촌의 한 카페에서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계의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한호 기자

“과학계 연구인력을 완전한 블라인드로 채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단언했다. 능력 위주로 연구원을 선발하는 과학계의 수월성 원칙을 무시한 데다, 연구 경쟁력마저 저하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였다. 국내 1세대 여성과학자로 꼽히는 이공주(64)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채용 과정에서 연구 실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보완책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 보좌관은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로 25년 동안 재직한 생화학 분야 전문가다.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 나선 그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말문을 열었다. 과학계에선 연구 경험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과학 인력을 선발하는 데 출신 고교나 대학, 지도교수 등의 주요 정보를 가린 채 심사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중국 국적의 과학자가 선발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취임 11개월을 앞두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보좌관은 채용 방식과 근무 시간 등 첨예한 사회 이슈를 과학계에는 융통성 있게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보좌관은 출연연의 ‘연구인력 표준이력서’를 들고 나왔다. 해당 양식은 지원자가 경력과 교육 사항, 자격증, 연구와 특허 실적, 전공과 최종 학위, 수상 내역과 어학 능력 등을 기재하게 돼 있다. 그는 “출신 고교나 대학 말고는 전공이나 논문, 수강과목 등 연구와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강과목이나 논문을 보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원자의 지도교수가 누군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연구인력 표준이력서는 공정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져 지난해 8월 출연연에 제시됐다. 이 양식은 연구기관에 한해 활용하도록 허용되고 있다. 그는 “과학계 채용에서도 성별과 나이, 출신 학교 등에 따른 불공정은 없어야 한다”며 “다만 공정성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표준이력서 적용에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출연연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표준이력서를 적용한 연구인력 채용 절차를 보완할 제도를 구상 중이다. 원자력연을 비롯해 기술 유출에 민감한 분야를 다루는 출연연은 표준이력서 이외에 국적 등 기관별 필요한 내용을 지원자 기재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깜깜이 심사를 연상케 하는 블라인드 채용이란 용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연구인력 표준이력서' 첫 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연구인력 표준이력서' 첫 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연구인력 표준이력서' 두 번째 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연구인력 표준이력서' 두 번째 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제공
지난 11일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직후 서올 종로구 서촌 거리를 걷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1일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직후 서올 종로구 서촌 거리를 걷고 있다. 이한호 기자

근로 시간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노동 문제 측면에서 보면 꼭 필요하지만, 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식생산 활동의 하나인 연구 분야엔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부터 25개 출연연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출연연은 연구직과 기능직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나 선택근로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그는 “이 결과를 토대로 각 출연연별로 적합한 근로 형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과학에 대한 존재감이 희미해진 게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사실, 연구 현장에선 “과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와 더불어 중장기 관점의 연구개발이 채용이나 근로 시간 등 첨예한 사회 이슈들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보좌관은 “올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4.4% 올랐는데, 내년은 18%나 증가했다”며 “미래를 위해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