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들은 추억일 뿐입니다. 다시 도전해야죠. 그것이 감독의 인생이니까요.”
박항서(60) 감독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바꾸며 ‘국민영웅’으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세 이하(U-23) 선수단을 이끌고 경남 통영을 찾았다. 60년 만에 베트남을 동남아시안게임(SEA) 정상에 올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비를 위해서다.
박 감독은 17일 경남 통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남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선수들의 체력 회복과 부상 치료를 위해 통영을 찾았다”면서도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여서 베트남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지만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의 역사는 박항서 감독 부임 이전과 이후로 양분된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2017년 10월 이후 베트남은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이어 스즈키컵 우승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는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는 '1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1년을 버티고 나니 계약 기간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2018년이 끝날 즈음에는 '2019년은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선수, 좋은 코치들을 만나 올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며 지난 2년을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일들은 추억일 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이게 축구감독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지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박항서 감독의 한국 선수들과 동료 선후배에 대한 애정도 여전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손흥민(27ㆍ토트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 그는 “손흥민은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한 선수다. 베트남에서도 손흥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손흥민 아버지를 잘 모르지만 같이 축구를 했던 세대라 훌륭한 자식을 둬 부럽다”고 미소 지었다.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부임이 유력한 신태용 전 감독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신(태용) 감독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인데 너무 많이 재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동남아시아든 중국이든 언어와 관습이 다른 타국에서 감독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 연봉도 중요하지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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