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명에서 8,600명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다. 이번 주 안으로 구체적인 감축 방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ABC방송은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계 중진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의 약 1만3,000명 규모에서 8,600명 수준으로 미군 병력을 줄이는 내용일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수치와도 일치한다. 그는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8일 아프간 미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아프간 내 미군 병력을 8,6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미 언론들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감축 규모는 최대 4,000명이라고 일제히 보도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추가적인 철수가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확한 철수 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NBC 등은 내주부터 수개월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조치는 “더는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는 ‘신(新)고립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군 기지에 대한 탈레반의 테러 공격으로 평화협상이 재개 엿새 만에 멈춰 선 상황에서 병력 감축은 미국의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탈레반에 대한 중대 양보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의 강력한 지렛대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감축 시기도 관건이라고 ABC는 지적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은 미군의 전면적 철수를 요구했지만 일부 미 당국자들은 대(對)테러 잔여 병력을 남겨야 한다고 이를 막아왔다. 이날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미군의 완전 철수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반드시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며 “탈레반은 평화회담 중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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