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그리고 성적 발표까지. 올해 하반기 숨가쁘게 몰아친 입시 일정도 이제 한 단계만 남아 있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정시 원서모집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수능 성적표나 이미 수시모집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주변 친구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기지만, 이때 중심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남은 정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정시 입시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 수능에선 수학 나형이 2010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웠고 국어 역시 불수능이라 불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까다로웠다. 수학 가형과 한국사, 탐구영역 모두 결코 쉽지 않은 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탈락한 수험생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정시 선발 인원이 많아져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졸업생 비중도 높아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은 실제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부터 원서접수, 군별 1회씩 지원해야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정시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198개 대학(분교 포함)은 이 기간 중 3일 이상 원서를 접수한다. 올해 정시모집 인원은 7만8,589명이다. 지난해(8만2,719명)보다 약 4,000명 이상 줄었다.
수험생들은 가, 나, 다군에서 1곳씩 모두 3곳을 지원할 수 있다. 서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138개 대학이 포진한 가군 모집 인원은 2만9,443명, 나군에서는 고려대(서울), 연세대, 서울교대 등 138개 학교가 2만9,920명을 선발한다. 다군의 경우 건국대, 홍익대, 인하대 등 121개 대학이 1만9,226명을 뽑는다.
전형은 내년 1월 2일부터 각 군별로 차례로 진행된다. 가군은 2~10일까지, 나군은 11~19일, 다군은 20~30일까지다. 합격자 발표는 2월 4일까지이며 미등록 충원을 감안한 합격자 최종 통보는 2월 17일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수험생들에게 마지막 기회인 추가모집 원서접수는 2월 20일부터다. 28일 추가 합격자 등록까지 마치면 올해 입시는 마무리된다.
정시모집은 군별로 1회씩만 지원이 가능하다. 육ㆍ해ㆍ공군사관학교, 경찰대학,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대학은 모집군과 상관없이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수시모집 합격자는 정시모집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수학 나형 최대변수, 반영비율 확인해야
올해 입시 당락은 수학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은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수능(139점)보다 10점이나 오른 149점을 기록하는 등 최근 11년 새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수학 나형 1등급이라 해도 만점자의 표준점수와 1등급 커트라인(135점)의 차이가 14점이나 된다.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이 많아 수학 나형이 당락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계열이라고 해도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학은 수학 반영 비율이 높다”며 “수학 나형 표준점수가 높다면 다른 영역의 성적이 비교적 낮아도 합격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어의 경우 올해 표준점수 최고점(140점)이 지난해 대비 10점 하락했지만 쉬운 시험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워낙 난도가 높았던 지난해에 비해 쉬웠을 뿐 국어도 2005년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어렵게 출제됐다. 여기에 수학 가형의 변별력이 크지 않아 자연계열 희망자들에게는 변별력을 확보한 국어가 정시 당락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같은 수능 성적이라도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나 영역에 따라 합격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대학이라도 모집 단위에 따라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경희대를 예로 들면 인문계열은 국어(35%), 수학 나형(25%), 영어(15%), 사회탐구(20%), 한국사(5%)를 반영하는데 사회계열은 국어(25%) 비중이 낮고 수학 나형(35%)을 더 많이 반영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일부 대학은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합산하기도 한다. 대학마다 성적 반영 방법이 달라 가장 유리한 방식을 고민해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상위권大 정시 인원 확대에도 경쟁률 치열할 듯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교육부 권고에 따라 올해 정시 선발 인원을 확대했다. 성균관대는 인문/자연계열에서 전년도보다 400여명 이상 늘어난 1,041명(수시 이월인원 반영하지 않은 전형계획상 모집인원)을 정시 일반전형으로 선발한다. 수도권 주요 대학 중 모집인원 규모를 가장 크게 확대했다. 경영학과(35명→72명), 글로벌리더학과(15명→30명), 자연과학계열(50명→104명) 등 모집인원을 2배 이상 늘린 학과도 적지 않다. 서강대도 올해 정시모집에서 전년도보다 153명 늘어난 473명을 일반전형으로 모집한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을 감안하면 최종 정시모집 인원은 최초 발표 인원과 달라진다. 이월 인원에 따라 경쟁률이나 합격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의 최종 모집인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그에 따른 지원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수험생이 할 일이다. 올해 수능의 경우 지난해 불수능 영향으로 유독 재수생 등 졸업생의 영향력(지난해보다 6,662명 증가)이 커진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수능에 강세를 보이는 졸업생들의 정시 영향력이 커지면 특히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시모집 원서접수 전 지원을 희망하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정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모집은 실제 경쟁자 수의 변화, 수험생들의 심리적인 불안감 등 입시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본인의 성적을 기준으로 다양한 수능 활용 방법에 따른 유불리를 분석하고 본인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입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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