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부문, 그리고 주제가상에서 예비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본선 진출까지 이제 최종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6일(현지시간) 내년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 10편을 발표했다. ‘기생충’과 함께 오른 예비 후보작들은 △더 페인티드 버드(체코) △진실과 정의(에스토니아) △레 미제라블(프랑스) △살아남은 사람들(헝가리)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빈폴 (러시아) △아틀란틱스(세네갈)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이다.
아카데미는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음악상과 주제가상, 장편다큐멘터리상 등 9개 부문에 한해 10편 내외 예비 후보를 추리고, 이들 중에서 최종 후보작 5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작은 작품상과 감독상, 최우수남녀배우상, 각본상 등 예비 후보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 부문과 함께 내년 1월 13일 공식 발표된다.
‘기생충’이 주제가상에도 오른 건 의외의 성과다. 엔딩 크레디트에 들어간 주제가 ‘소주 한잔’은 봉준호 감독이 가사를 쓰고, 정재일 음악감독이 곡을 만들고 배우 최우식이 노래했다.
미국 언론은 ‘기생충’이 최종 후보에도 무난하게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하고 있다. 앞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91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90회 시상식 시각효과상 예비 후보에 선정된 적은 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은 최근 미국 영화가 외면했던 동시대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부문 진출은 물론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아카데미의 엘리트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했다.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내년 2월 9일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앞서 ‘기생충’은 내년 1월 5일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감독상과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미국 주요 영화상에 후보로 오르기는 처음이다.
각 지역 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영화상에서도 잇달아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평론가협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송강호)에 선정됐고, 시카고평론가협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뉴욕평론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애틀란타평론가협회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 호명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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