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얀마 아웅산 테러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 육사 11기 출신 이기백 예비역 육군대장이 16일 오전 9시 20분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1년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 출생인 고인은 52년 육군사관학교에 11기로 입교해 55년 9월 소위로 임관했다. 1군단장, 제2작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에 이어 제19대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제24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지만, 11기가 주도한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고인은 합참의장 재직 중인 83년 전 전 대통령 수행원으로 미얀마 아웅산 묘소 참배 당시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머리와 배에 파편이 박히고 다리가 서까래에 깔려 크게 다쳤지만, 정복 좌측 가슴에 단 합참의장 휘장에 파편이 맞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86년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 위협을 빌미로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건설부 등 4부 장관 합동성명에 참여한 전력도 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감사원 특별감사로 금강산댐 수공설은 허구로 드러났다. 같은해 국회에서 “김일성의 사망 또는 내부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사망했다.
합참은 “고인은 합참의장 및 국방부 장관 재임 중 즉각 전투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총력안보태세 강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확립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보장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군 생활을 마친 뒤 정치권 입문 제의를 받았으나 뿌리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경연씨와 딸 재영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영결식은 18일 낮 12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합참장(葬)으로 치러진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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