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별 임금격차는 노동시장서 남녀 지위 격차… 조직문화까지 싹 바꿔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노동시장서 남녀 지위 격차… 조직문화까지 싹 바꿔야”

입력
2019.12.17 04:40
14면
0 0

 신경아 서울시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서울시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 임금격차를 드러낸다는 것은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예고하고, 문제제기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공시에만 그치지 않고 누적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서울시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 임금격차를 드러낸다는 것은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예고하고, 문제제기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공시에만 그치지 않고 누적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성별 임금격차는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지위 격차입니다. 채용에서부터 보직을 받고, 승진하고, 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남녀격차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최종지표인 것이죠.”

지난 9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22개 투자ㆍ출연기관의 성별 임금정보를 공개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다.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가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공기업의 임금정보가 공시된 것이다. 결과는 새롭지 않았다. 많게는 46.2%까지 임금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6.2라는 숫자는 남성 임금이 100일 때 여성은 53.8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번 정책과정을 이끈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16일 본보 인터뷰에서 “개인별로는 비슷한 임금을 받거나 여성이 남성보다 더 받는 반대경우도 있겠지만, 사회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지표로서 이 숫자가 가진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별 임금격차는 임금을 성별로 나눠 가장 낮은 임금부터 정렬해 가운뎃값(중위값)을 기준으로 따진다. 동일직무, 동일직급상 남녀 임금을 단순비교한 값은 아니다. 남녀간 지위 격차를 나타내는 ‘최종 지표’로서 임금격차를 구조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노동시장내 남녀는 수평적 의미에서 주로 종사하는 산업과 직업이 다르고, 수직적으로는 직급과 직위가 다릅니다. 이 씨줄과 날줄이 중첩돼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 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임금격차입니다.” 오히려 동일직무에서의 임금만 꺼내볼 경우 전체 그림의 일부만 보는, 왜곡이 생긴다는 게 학계 정설이라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서울시 투자ㆍ출연기관의 성별 임금격차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서울시 투자ㆍ출연기관의 성별 임금격차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대부분 기관에서 OECD 회원국 평균(13.5%)을 웃도는 성별격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격차가 클수록 여성 노동자 비중이 적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짧다는 게 공통적이다. 전체 여성 비율은 18%에 불과했고, 평균 근속기간(175.1개월)은 남성보다 7.7년 짧았다. 이처럼 남성보다 짧은 근속연수, 그로 인한 고위직 여성의 부재, 주로 저임금 중소업체에 포진돼 있는 업종 차이나 성별 직무분리 등 과거부터 누적돼온 개인적ㆍ산업적 요인으로 임금격차의 상당 부분이 설명된다.

다만 이러한 요인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차별’이라는 게 신 교수 얘기다. 그는 “미국의 수많은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임금격차의 20% 정도는 개인이나 구조적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임금격차의 20~30%는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여러 논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 임금격차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명시적인 차별 역시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2016년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와 2017년 가스안전공사 등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 여성을 떨어뜨리고 남성을 뽑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신 교수는 “입사를 해도 여성은 승진에서 뒤처지고, 임신ㆍ출산ㆍ육아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임금격차를 불러온다”고 했다.

“‘여성은 쉬운 일, 편한 일만 하니 적게 받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우리가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성을 2차 인력으로 보고 주변 업무를 하도록 지정하는 건 회사죠.” 수십년 관행을 바꾸기 위해 직무 설계부터 근무환경과 조직문화까지 바꿔야 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의 남녀 기관사가 한 예다. 신 교수는 “여성은 야간근무에서 배제하면서 같은 기관사라도 수당으로 인한 임금격차가 났다”며 “여자라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여성기관사가 쉴 수 있는 숙직실을 만들거나 남녀 불문 안전한 근무 환경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관행만 따른 결과”라고 꼬집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행과도 싸워야 한다. “조직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50대 이상 남성이죠. ‘여자는 그래도 애 낳고 키워야지’ ‘아무리 똑똑해도 남성만큼 못하잖아’라는 식의 성별 고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죠. 의도하지 않아도 관행을 되풀이하면 차별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결국 적극적인 조치가 해법이란 게 신 교수 주장이다. ‘고용차별시정조치(어퍼머티브 액션)’다. “이 제도가 ‘여성우대정책’으로 이름 붙여져 소모적인 성대결과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여성 우대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형평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시는 드러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 채용 비율을 높이고, 상위 직급에 여성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격차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이라며 “격차가 얼마냐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줄이냐, 그 속도와 노력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각 기관은 자체적으로 임금격차 원인과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그 결과가 2년 뒤 다시 공개되기 때문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