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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 하다가 다쳐도 치료비 못 받아… 외국인 노동자 산재보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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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 하다가 다쳐도 치료비 못 받아… 외국인 노동자 산재보험 ‘사각지대’

입력
2019.12.16 16:57
수정
2019.12.16 19: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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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12월18일)을 맞아 '12.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문화제-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12월18일)을 맞아 '12.15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문화제-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가 열렸다. 연합뉴스

베트남에서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한국에 온 A씨는 8년 전 버섯농장에서 일하다가 지게차에 오른손을 다쳤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같이 일하던 팀장의 부주의로 난 사고였는데도 당시 사장은 “병원비는 농장에서 냈지만 산업재해보험은 없으니 장애 보상은 없다. 고발하고 싶으면 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술 후 입원비가 아까웠던 사장은 더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퇴원을 종용했고, 이후 통원치료(물리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A씨는 다친 손으로 주먹을 쥐기조차 어려운 후유증이 남았다.

병원비 일부라도 받은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 B씨는 2012년 충남 상추농장에서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 등을 하면서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었고 팔, 어깨, 허리 등이 점점 아파왔다. 결국 최소 열흘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병원에서 받아 병가를 요구했지만 사장은 B씨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마지막 월급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휴가를 낸 3일치 일당과 병원비까지 빼고 줬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18일)을 앞두고 16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업무편람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동행)는 “농축산업은 농기계작동 부주의로 인한 사고와 특정 자세로 하는 단순 반복 업무의 비중이 높아 산재 발생 빈도가 적지 않은데도,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산재보험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 중 A씨 등과 같이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 상황이 더 열악하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농업, 어업 등은 5인 미만 종사자가 일하는 경우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등록 이주노동자의 약 10%(5,820명)가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업 사업장 10곳 중 7~8곳은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B씨 사례처럼 산재 피해 노동자에게 보상을 하긴커녕 사업장 변경을 종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주노동자는 산재사고 자체에도 취약한 편이다. 산재보험 가입자 중 내국인 산재 발생률(2012년~2017년5월)은 0.18%인 반면 외국인은 1.16%로 6배 가량 높다. 이주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1∼6월 산업재해 사망자(465명) 가운데 약 10%(42명)가 이주노동자였다.

인권 보장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같은 조건(고용허가제)으로 입국해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도 모든 이주노동자가 산재보험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농업 분야는 건강ㆍ고용보험 가입도 예외로 인정받아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사회보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일률적인 적용을 위해 고용허가서 발급요건에 산재보험 등의 가입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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