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블랙아이스 사고 대책은]
사망자 수, 눈길 사고의 3.8배… 식별 어렵고 발생 지역 특정 못해
“열선 매립 등 대책 필요”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방향 빙판길 다중추돌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706명’

경찰청이 지난해 초 발표한 5년 집계 ‘블랙아이스(Black Ice)’ 사고에 의한 사망자 숫자다. 같은 기간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수(186명)에 비해 3.8배 가까이 많다.

이처럼 겨울철만 되면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로결빙 방지 시스템이나 노면 열선 매립 등 블랙아이스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 필요 등으로 인해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15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도로 위 암살자’로도 불리는 블랙아이스는 도로에 스며든 눈, 비 등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살얼음처럼 바뀌어 도로 위를 얇게 덮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아스팔트에 얇게 깔린 투명한 살얼음은 운전자의 눈으로는 식별하기가 어렵고, 상습결빙 구간과 달리 도로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도로 가운데 60곳 162㎞ 구간을 상습 결빙구간으로 정하고 제설제를 미리 살포하는 등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블랙아이스는 발생 지역을 예상하기가 어려워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차량 통행량이 적은 도로나 터널 등에서는 서행 운행 △앞차와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 △불필요한 브레이크 사용 및 차선 변경 자제 △겨울용 타이어 장착 및 마모 상태 점검 △운행 전 도로 상태와 기상 상황 숙지 등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방어운전만으로는 겨울철마다 발생하는 블랙아이스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와 도로공사 등 관련당국이 예방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블랙아이스 예상 지역에 열선매립이다. 결빙이 우려되는 노면 아래 전열선을 매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문제다. 앞서 1990년대 일부 도로구간에 적용됐지만 비싼 전기요금과 포장 깊이가 깊어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등의 한계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실제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는 주차장 진출입로 결빙 방지를 위해 전열선을 사용했다가 가구별로 한 달 전기요금이 수십 만원이나 더 나오기도 했다.

도로결빙방지시스템 도입도 대책으로 꼽힌다. 도로나 대기 상태를 측정해, 제설액을 자동 살포하고 결빙구간을 중앙관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일부 상습 결빙구역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모든 도로에 확대하기에는 너무 비싼 게 흠이다. 500m 구간 설치에 5억원 이상 초기 비용이 든다.

이 밖에 열이 발생하는 특수 물질로 도로를 포장하거나 땅속 지열을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결빙을 방지하는 방안 등도 시도되고 있지만 이 역시 비용 문제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관련 시스템 도입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당국이 교량이나 터널, 산기슭 인근 도로에 결빙 위험을 알리는 표시판을 적극 설치해야 한다”며 “특히 블랙아이스 발생 가능 지역에는 열선을 까는 등 적극적인 사고 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재 지정돼 있는 결빙 취약구간 193곳(고속도로ㆍ일반국도)을 전면 재조사하고, 추가로 결빙 취약구간을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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