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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속도 붙겠지만… 지도부 잃은 野는 혼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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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속도 붙겠지만… 지도부 잃은 野는 혼란 가능성

입력
2019.12.15 16:40
수정
2019.12.15 17: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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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4년 만에 보수당이 승리한 영국 북잉글랜드 더럼카운티 세지필드 지역구를 14일 찾아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세지필드=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4년 만에 보수당이 승리한 영국 북잉글랜드 더럼카운티 세지필드 지역구를 14일 찾아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세지필드=AP 연합뉴스

“믿기 힘든 승리를 보수당에 안겨 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한다. (당신들이) 정치 환경을 바꿨다.”

영국 보수당이 84년 만에 승리를 거둔 지역구인 잉글랜드 북부 더럼카운티 세지필드를 14일(현지시간) 찾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건넨 감사의 인사다.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보수당은 지난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총 650석 중 과반(326석)을 훌쩍 넘긴 365석을 차지했다. 1987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 376석을 확보한 지 32년 만에 거둔 최대 승리다. 보수당의 이번 총선 압승은 노동당의 공고한 텃밭이었던 북잉글랜드를 끌어안은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보수당은 전통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이었던 미들랜드와 북잉글랜드는 물론, 웨일스 지역에까지 깃발을 꽂았다. 전체 득표율로는 43.6%를 기록, 2017년 총선에 비해 1.2%포인트 늘었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200석을 간신히 넘긴 2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935년(154석) 이후 84년 만에 최저 의석이다.

2019년 12월 12일 실시된 영국 총선 당선자 분포. 푸른 색은 집권 보수당이 승리한 지역구이며 붉은 색은 제1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한 지역구다. BBC 홈페이지 캡처
2019년 12월 12일 실시된 영국 총선 당선자 분포. 푸른 색은 집권 보수당이 승리한 지역구이며 붉은 색은 제1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한 지역구다. BBC 홈페이지 캡처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제러미 코빈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노동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당대표 경쟁이 시작됐다. 1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유력 후보 5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노동당 후보의 절반이 넘는 104명이 여성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코빈 대표와 함께 부대표 자격으로 노동당을 이끌었던 톰 왓슨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낙선함에 따라, 공석이 된 부대표 자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스윈슨 대표가 149표차로 낙선한 자유민주당도 새 지도자 물색에 나섰다. 스윈슨 대표는 “(유럽연합) 잔류 공약이 먹히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유주의적 가치를 수호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에서 민족주의의 공세에 맞서 당을 재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도부를 잃은 자민당은 에드 다베이 의원과 사라 브린톤 상원의원을 임시 지도부로 삼아 당 재건에 나설 예정이다.

14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가운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새로 당선된 SNP 의원들과 던디 V&A 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던디=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가운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새로 당선된 SNP 의원들과 던디 V&A 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던디=로이터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목소리가 다시 커질지도 관심이다. 이번 선거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에 할당된 59석 중 48석을 차지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SNP 대표는 13일 “(이번 선거 결과로)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추진할 권한이 강화됐다”며 “보수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더라도 존슨 총리에게는 스코틀랜드를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킬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스터전 대표가 선거 내내 주장해 왔던 ‘제2 국민투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도 영국 총선 결과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일의 조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노동당이 너무 왼쪽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이번 총선을 해석했다. 당내 진보 세력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의원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의원을 상대로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브렉시트 교착 국면에 지친 영국의 유권자들이 존슨 총리에게 힘을 몰아준 현상이 미국에선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에 지친 중도층 유권자들이 반(反)트럼프로 결집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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