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비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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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에 있는 서모씨의 과수원은 편도 4차로 영동고속도로와 인접해 있다. 고속도로 갓길 끝으로부터 6~7m 거리이고, 과수원과의 경계에는 2m 높이의 철망 펜스가 있다.

2011년 서씨는 과일 농사를 하던 중 과수원에 심은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가운데 유독 고속도로와 맞닿은 곳(과수원 1~2열)의 나무들의 성장이 더디고 수확률이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 생산된 과일의 판매율도 5%에 불과해 다른 구역의 평균(9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서씨는 과수원 인근 고속도로의 하루 평균 교통량이 매년 5만대 이상을 기록했고, 겨울에 눈이 올 때는 염화칼슘용액과 소금을 도로에 뿌려 제설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수면을 방해 받고, 매연과 제설제 때문에 나무가 말라 죽고 있다며 중앙환경분쟁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소음에 따른 피해는 인정하지 않는 대신 매연과 제설재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 한국도로공사가 884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서씨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은 모두 “도로공사가 서씨에게 2,2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2열 나무들의 피해가 뚜렷한 점, △매연이 나무의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는 점, △제설제가 식물의 수분 흡수를 막는 점, △도로공사가 2009년 제설제 사용을 급격히 늘린 이후 과수 피해가 두드러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최근 열린 상고심에서 이 같은 하급심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특히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손해 발생의 원인을 입증할 책임이 있지만 오염물질로 인한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에 의한 공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 존재를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로 이용 과정에서 제3자에게 사회 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주는 경우에도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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