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의 형량을 둘러싸고 법조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고의성이 짙은 중범죄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는 내용에는 찬반이 팽팽하다.
민식이법은 올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 사고 이후 발의,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크게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등으로 구성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와 해당 지자체장의 신호등ㆍ과속방지턱ㆍ속도제한ㆍ안전표시 등의 우선설치를 골자로 한다.
문제는 특가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만 13세 어린이가 상해를 입을 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운전자에게 부과하도록 했다.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어린이를 숨지게 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고의와 과실범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벌이라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사고 후 도주하는 뺑소니와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를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조계에서는 강간이나 상해치사와 같은 중범죄 형량 하한이 3년 이상인 것을 고려할 때 민식이법의 처벌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의와 과실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다른 중범죄와 똑같이 징역 3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한 것은 형벌체계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법안 통과 하루 만인 11일 민식이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 청원인은 주장했다.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형량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입법 행태는 문제라는 일부의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를 위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30㎞ 이하로 낮추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 것은 최소한 이 구역에서만큼은 운전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위험에서 보호하자는 취지로 볼 때 크게 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을 안전 운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경일 변호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통상 600m 정도인 어린이보호구역의 길이를 거론하면서 “시속 20km로 운전해도 1분에 333m를 갈 수 있다. 1분 먼저 가느냐 아니면 어린이 안전을 보호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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