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쟁 제한, 소비자 선택권 침해”
소속 공인중개사들을 동원해 경쟁 부동산 정보서비스 플랫폼에 매물 광고를 올리지 않도록 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중개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자체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쟁 플랫폼의 사업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회원들에게 자체 부동산 정보서비스 ‘한방’을 제외한 경쟁 플랫폼에 중개매물 광고거래를 집단적으로 거절하도록 한 중개사협회의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중개사협회는 개업공인중개사 약 95%가 가입한 독점적 지위의 사업자 단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7년 11월 허위매물 차단을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자 일부 중개사협회 지회는 경쟁 심화와 광고비 증가 등이 우려된다며 일명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집단적으로 부동산 중개매물 광고를 삭제하고 신규 광고를 등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네이버를 압박한 것이다. 결국 네이버는 한 달 만에 이 제도를 철회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중개사협회는 일부 중개사들 사이에 ‘반(反) 네이버’ 기류가 조성되자 지금이 ‘한방’을 활성화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이에 2017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모든 소속 공인중개사가 ‘한방’을 제외한 플랫폼에서 중개매물 광고거래를 전면 거절하는 ‘대형포털 등 매물 셧다운 캠페인’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캠페인 세부방안이 마련됐고, 일부 지회에는 캠페인 성공을 위해 상당한 예산이 지원되기도 했다.
집단 보이콧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해 2월 기준 네이버 부동산의 중개매물 정보 건수는 전년 12월 대비 약 3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방’ 앱 매물은 약 157%, ‘한방’ 포털 매물은 약 29% 늘어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해 영업에 차질이 생긴 공인중개사들이 단체행동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캠페인은 지난해 3월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공정위는 중개사협회의 집단행동으로 부동산 정보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개사협회의 행위는 ‘한방’의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경쟁제한적 목적만을 위한 것일 뿐, 효율성 증진 효과 등 어떠한 정당화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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