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전북 완주군 아동친화정책
모든 공공기관에 130cm 높이로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배려” 호평
아동팀 신설하고 정책만 186개
청소년 60% “삶에 매우 만족”
“화장실 옷걸이가 아이들 키 높이에 있네요.” 전북 완주군 봉동읍사무소 화장실은 어린이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낮은 옷걸이’가 설치돼 있다. 학부모 이모(43)씨는 “작은 것이지만 어린이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배려하려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완주군 관내 모든 공공기관 화장실에는 ‘낮은 옷걸이’가 설치돼 있다. 키 작은 아이들을 배려한 조치다. 현재까지 24개 기관에 350여개가 설치됐다. 높이는 어린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바닥에서 130㎝에 맞췄다. 이 아이디어는 한 소년이 제안했고 완주군 어린이의회를 거쳐 군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실현됐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인 완주군에서는 아이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 실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어린이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며, 의회는 모두 38명의 어린이 의원들로 꾸려져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제안한다. 화장실 낮은 옷걸이 설치를 비롯해 통학버스 승강장 조성, 청소년광장 조성, 청소년아지트 조성 등 10여개의 정책이 아동청소년에 의해 추진한 사업들이다.
‘낮은 옷걸이’를 제안한 김태형(봉서중1) 어린이의회 의장은 “그 동안 화장실 옷걸이가 너무 높아 가방이나 옷을 걸려고 해도 키가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저분한 바닥에 두고 찜찜한 기분으로 용변을 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게 너무 불편해 어떻게 해야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아이디어를 냈는데 군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들어주고 정책까지 반영해 너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아동친화 정책은 박성일 군수의 평소 행정 철학이 담겨 있다. 박 군수는 2014년 민선6기 취임 때 “아이들이 행복해야 10만 군민이 행복하다”는 기치를 내걸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확대와 정책입안에 행정을 집중해왔다. 아동권리 전담기구인 아동청소년친화팀을 신설하고 아동친화도시 만들기에 주력했다.
완주군엔 아동친화 관련 정책만 186개가 있다. 이중 절반가량인 92개가 군 자체 사업이다. 올해 관련 예산은 국비와 도비를 뺀 순수 군비만 329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액수는 전국 82개 군 지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재정이 취약한 기초단체가 미래세대를 위해 수 백억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완주군은 어린이 정책에 과감히 투자했다.
완주군의 관심과 투자로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편이다. 호남통계청이 4~6학년 초등생과 중ㆍ고생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말 발표한 ‘완주군 아동ㆍ청소년 사회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에 해당하는 8점 이상 비율이 59.6%로 나타났다. 완주군에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만점’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26.1%나 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완주군은 수도권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고 기존 거주자의 이탈은 감소하는 추세다. 관내 18세미만 아동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7.2%를 기록, 전북 도내 7개 군 지역보다 3~5%포인트나 높았다. 박도희 교육아동복지과장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는 방증”이라며 “아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완주군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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