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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계약서’ 김기현 형제 고발 당사자 “경찰 하명수사? 검찰이 먼저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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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계약서’ 김기현 형제 고발 당사자 “경찰 하명수사? 검찰이 먼저 덮었다”

입력
2019.12.15 11:00
수정
2019.12.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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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30억 용역계약서 사건의 고발인이자,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흥태씨.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30억 용역계약서 사건의 고발인이자,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흥태씨.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 수사는 여러 갈래로 진행됐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30억원 용약계약서’를 둘러싼 비위 의혹이다. 김 전 시장의 동생 김모씨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흥태씨와 30억원의 용역 계약을 맺었는데, 그 이면에 “형이 당선되면 당신에게 아파트 사업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위법한 구두 약속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종결했다. 현재는 당시 경찰 수사가 ‘선거기간 청와대의 하명으로 진행된 표적 수사였다’고 의심받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 보고서’를 하달하고, 울산지방경찰청 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수사팀은 “사건을 무마시켰던 검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30억 계약서’의 당사자이자 이를 사건화시킨 고발인 김흥태씨도 같은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아직까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추적 중인 한국일보는 경찰보다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먼저 착수했다는 김씨의 주장과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박을 소개한다.

◇“30억 계약서, 검찰이 2016년 이미 수사”

김씨는 본보 인터뷰에서 “김 전 시장 사건은 경찰이 표적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무리하게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밖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30억 계약서’ 사건을 가장 먼저 수사한 것은 경찰이 아닌 검찰이라고 했다. 2017년 12월 ‘청와대 첩보 보고서’가 울산경찰청에 접수된 뒤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지금까지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김씨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016년 5월 당시 울산지검에 있던 A검사가 나에게 30억 계약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먼저 연락이 왔다”며 “울산지검 사무실(그는 사무실 호수도 정확히 기억했다)을 방문해서 그 검사를 5번이나 만났다”고 말했다. 검찰이 관련 회사를 압수 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씨가 지목한 A검사는 현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피해자를 자처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한호 기자
경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피해자를 자처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한호 기자

◇“김기현 무혐의 위해 나를 표적수사”

김씨는 △검찰이 당시 자신의 사기 혐의 등을 수사한 것과 △자신이 김 전 시장 사건의 주요 제보자이자 고발인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핵심 고발인인 자신을 사기꾼으로 만들어 자신이 주장한 김 전 시장의 비위의 신빙성을 떨어지게 하고, 자신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 김 전 시장 사건을 수사하던 성모 경위를 수사에서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이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경찰의 김 전 시장 비위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무렵이었다. 고발 사건이지만 울산지검 특수부(현 형사4부)가 투입됐다. 김 전 시장 측근인 박기성 전 비서실장의 형이 김씨와 성 경위가 30억 계약서를 거론하며 자신을 협박했다며 지난해 3월 낸 고발장은 울산지검 특수부에 배당됐다. 같은 해 7월 한 사업가가 김씨를 상대로 낸 사기 혐의 고소장도 특수부가 맡아 수사했다. 해당 부서는 30억 계약서 사건 등 김 전 시장 비위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곳이기도 하다.

김씨는 검찰이 자신을 수사하기 위해 지역 사업가들을 별건 수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나와 금전거래를 오고 가는 사장을 협박해 나를 사기죄로 고소하도록 종용했다”며 “당시 고소장을 쓴 어떤 사장은 ‘난 고소장의 내용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검찰 “구속 피고인의 억측일 뿐” 반박

본보가 김씨의 주장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들었으나, 검찰은 김씨의 주장이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본보에 “법원에서도 김씨의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건”이라며 “지역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고 일부 피해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장본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김씨는 지난 1월 “아파트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속여 여러 명에게 수십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두 차례 추가 기소됐다. 강요미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2012년 1월에는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별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사건과 김씨의 사기 사건은 독립적으로 수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시장 등 관련 사건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된 것이고, 김씨를 기소한 사안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를 강압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도 그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30억 계약서를 2016년 검찰에서 먼저 수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30억 계약서는 경찰이 수사하기 전까지 검찰에 접수된 고소ㆍ고발이나, 입건ㆍ처분 등 수사가 진행된 바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씨가 제보를 하겠다고 해 검찰에서 검토를 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울산=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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