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발표 전 새치기 공개… 청와대 “조율 중”
‘벚꽃 스캔들’로 수세 몰린 국내 여론 무마용 발표인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일본 내각홍보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에서 열린 내외정세조사회 강연에서 “크리스마스이브(24일)에는 청두에서 일중한 정상회의에 출석하고, 이 기회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회담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일한 수뇌회담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공언대로 열릴 경우 지난달 4일 태국에서 국제회의를 계기로 가진 ‘11분 환담’에 이어 한 달 반여 만에 다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면하게 된다. 앞서 10일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정상회담은 당사국이 면밀하게 실무 조율까지 마친 뒤 동시에 발표한다. 정상회담은 외교 당국의 줄다리기가 가장 치열한 사안이라서 실무 조율이 끝나서 양국이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는 ‘미확정’이다. 실제 청와대 측은 아베 총리의 발표에 대해 “정상회담 일정을 계속 조율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번처럼 일정 조율이 완료되기도 전에 아베 총리가 일방적으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서둘러 한일 정상회담을 언급함으로써 분위기를 반전시켜보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국가 세금이 투입된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를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일본 내에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이날 지지통신이 발표한 최근 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전달보다 7.9% 포인트 떨어진 40.6%를 기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