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매우 큰 합의” 中 “무역합의문 의견 일치” 
 中 수백억弗 美 농산물 구매, 美는 기존 관세율 인하 
 지재권 등 쟁점 수두룩, 美 대선 후 갈등 재연 소지 
13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소식을 알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윗. 트위터 캡처

미국과 중국이 13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1단계 합의안은 중국이 수백억달러어치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추가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진전이지만, 미국 대선을 앞둔 휴전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농민 표심을 의식해 무역전쟁을 봉합하긴 했으나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보조금 지급 문제 등 핵심 쟁점은 해소하지 못한 만큼 대선 이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무역협상 관련)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의 구매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15일로 예정된 1,600억달러(약 187조5,2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 추가관세 부과를 철회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했다.

다만 대폭 인하가 점쳐졌던 기존 중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한다.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매기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두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7.5% 세율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언론은 “1,11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대해 부과해오던 15%의 관세를 절만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년에 미국 농산물을 수백억달러어치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금융서비스 개방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중국의 농산물 구매가 이행되지 않으면 관세율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스냅백(Snapback)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 온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 돌파구’로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농업농촌부 등 관계부처도 이날 오후 11시 베이징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식품ㆍ농산품 △금융서비스 △환율ㆍ투명성 △무역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 장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측은 “합의 내용이 이행되면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시장 진입의 문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줄곧 요구한 지식재산권 개선 문제를 상당 부분 수용했음을 내비쳤다.

양국이 1단계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미국이 그간 제기해온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침해, 보조금 지급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관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중국을 견인할 동력이 떨어져 2,3단계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재계 인사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무역전쟁 종전을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라기 보다 당분간 시간을 벌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일시적 봉합에 가깝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란이 격화하고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했고, 중국은 ‘홍콩 사태’와 경기 둔화 등으로 대내외 불안감이 상당하다. 미국에선 중국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한 채 농산물 구매만 늘린 이번 합의를 선거용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우리는 이제 2020년 선거까지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건 모두에게 놀라운 거래”라고 강조해 대선을 겨냥한 합의임을 시사했다. 반면 중국은 “2단계 협상은 1단계 실행 상황을 지켜 본 다음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필스버리 소장은 “핵심 쟁점들은 대선 이후에 다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미중 간 근본적 입장 차이로 인해 관세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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