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부시장의 비리를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검찰이 계속 수사 의지를 밝혔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13일 공보자료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을 뇌물수수 및 수뢰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간부로 재직하던 2016~2017년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초호화 골프텔 무상사용, 고가 골프채, 항공권 구매비용, 오피스텔 사용대금, 동생 취업, 아들 인턴십, 부동산 구입자금 무이자 차용 등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했다.

이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검찰과 법무부를 통해 제출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내 친동생이 직장을 바꾸고 싶어하는데 이력서를 보내줄 테니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거나 ‘00동 근처에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부탁해 관리비 한 푼 내지 않고 보증금 2,000만원짜리 오피스텔 출입카드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부시장의 노골적 요구는 부산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9월 ‘내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내 명의로 추석 선물을 보내달라’며 수십만원 상당의 한우세트 3개를 주변인에게 보내도록 요구하고, 자신이 집필한 책 100권을 구매해서 자신에게 보내라고 했다.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 뇌물 제공 업체에 혜택을 준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항공권 구매 대금, 오피스텔, 동생 채용 등 뇌물을 제공한 회사에 ‘평소 빚진 것도 많은데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게 해주겠다. 표창을 받으면 자산운용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후, 금융위 포상업무 담당 직원에 표창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도 내렸다. 표창장은 실제로 수여됐다. 금융위 규정에는 표창 수여 기업이 제재를 받는 경우 감경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부시장이 업계 관계자로부터 강남 아파트 구입 자금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뒤,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 볼 상황’이라며 1,0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의 인턴십 기회와 아내에게 줄 골프채를 요구하는 등 서로 다른 업체들로부터 수년간 뇌물을 받았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금품 제공자 4명은 직무 관련성이 매우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들”이라며 “이런 중대한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감찰 중단’과 관련해 검찰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감찰라인은 물론 김경수 경남지사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불러 위법성 여부를 조사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긴 상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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