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4+1’ 밀어붙여 대의 정치 훼손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 자승자박
연말 20대 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의석 수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고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이번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4+1’ 협의체는 국회 본회의 법안 의결 정족수(148석)를 가뿐히 넘기는 160여석을 확보했다. ‘4+1 공조로 개헌 빼고는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4+1 공조가 유지되는 한, 의석 129석인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세력은 의석 160여석의 거대 정당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칙으로 작동하는 만큼, 합법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3일 확대간부회의에서“대화와 타협이 우선이지만 (한국당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 다수결로 의회 의사결정을 확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한국당은 더없이 무력해졌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충돌을 앞두고 내건 “나를 밟고 가라”는 구호가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죽을 각오로 투쟁하지만 2대 악법(선거법과 공수처법) 쿠데타를 멈출 수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국회의장의 정치 중립’을 위해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내놓은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4+1’ 협의체에 사실상 힘을 실어 주고 있어 한국당은 더욱 속수무책이 됐다.
소속 의원 108명인 제1야당이 ‘소수파’로 내몰린 채 총선 게임의 룰인 선거법 과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정당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4+1’ 협의체가 총선을 거치지 않고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임의로 구성된 기구라는 점에서 대의 정치를 훼손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최근 상황은 민주당은 제 1야당을 청산 대상으로만 보면서 협치 의지가 부족하고,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만 외친 탓”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들이 서로를 죽여야 살아남는 정당 구조적 문제, 또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한국당 지도부의 강성 일변도 투쟁이 결국 ‘4+1’ 협의체를 만들고 굴러가게 한다”며 “국민이 총선에서 잘잘못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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