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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M&A… 배민+요기요 ‘배달 최강자’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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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M&A… 배민+요기요 ‘배달 최강자’ 탄생

입력
2019.12.13 18:08
수정
2019.12.13 2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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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운영 獨 딜리버리히어로, 4조7500억에 배달의민족 인수

토종 인터넷 기업 최대 M&A… 싱가포르에 합작사 설립도 합의

쿠팡이츠 등 도전에 위기감 작용… 공정위서 ‘독점기업’ 제동 걸 수도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합작사 운영 구조. 그래픽=신동준 기자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합작사 운영 구조. 그래픽=신동준 기자

음식 배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국내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설립, 배달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은 지금까지 이뤄진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쟁 업체와의 전격적인 인수합병 배경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소규모 기업으로 국내 1위에 머무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자와 아예 손을 잡고 더 큰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역발상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13%는 추후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러면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가운데 개인으로서 최대 주주이자, 본사에 구성된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위원 자리에 오르게 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독일 상장사란 점에서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효과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엔 양측이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봉진 대표는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이미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 시장과 함께 딜리버리코리아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 11개국 사업도 챙긴다. 아시아 시장에선 양측이 공동으로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 시장에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이 지금처럼 독자 운영된다. 국내 우아한형제들 경영은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김범준 부사장이 담당한다.

2011년 3월 설립된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음식 배달 모바일 앱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통한다. 광고비나 수수료 등으로 일부 자영업자들과 갈등도 불거졌지만 외식산업을 배달 중심으로 재편시키면서 시장 확대까지 주도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 사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가 5조원대로 치솟은 배경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20조원대로 추산된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에서 배달의민족이 전체 거래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급성장한 배달의민족이 경쟁 업체와의 인수합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배달앱 1위 자리를 굳히긴 했지만, 2위 요기요를 운영 중인 딜리버리히어로가 40여개국에 진출해 거래량 1위(중국 시장 제외)를 질주 중인 상황과 비교하면 우려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계 자본으로 무장한 쿠팡이 ‘쿠팡이츠’를 내세워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정보기술(IT) 플랫폼들이 잇따라 음식 배달 업계로 진출하면서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업계에선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인수합병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도 “거대 기업들과 경쟁을 앞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토종 앱이 독일 기업에 팔리는 데 대한 아쉬움도 흐른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한국에서 창업해 회사를 키워왔지만, 실제론 외국 지분 비율이 더 높았다”며 “국내에서 기른 우리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더 큰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관문은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실상 독점 기업으로 뭉쳐질 양 사의 결합을 어떻게 해석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배달통 포함)를 더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9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을 살펴보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정위가 양 사의 결합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단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신고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주 이내에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할 예정”이라며 “공정위 판단 결과에 따라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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