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하 동창리 발사장)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정황이 또 포착됐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해온 것과 맞물린 움직임이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무분별한 행동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대북 감시망을 한층 더 강화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12일(현지시간) 동창리 시험장에서 길이 10m의 트럭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1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인데, 해당 사진 속 트럭은 수직엔진시험대 인근 연료ㆍ산화제 저장고 옆에서 포착됐다. 또 낮은 해상도 탓에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크레인으로 추정되는 물체도 식별됐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목전에 두고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블러핑(허세)일 수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도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을 빠르게 재건했지만, 지금까지도 이 곳에서 미사일이나 위성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연내 협상 재개 동력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결과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이나 정찰위성 발사를 염두에 뒀다면 한번의 엔진실험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로켓의 단(段)별 엔진 구성을 달리해 추진력을 높이려는 추가실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7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이뤄진 엔진 연소시험에 이어 더욱 구체적인 미사일 발사 준비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움직임도 더 긴박해지고 있다. 13일 민간항공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와 일본 가데나(嘉手納) 미군기지에 있던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가 최근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다. P-3C가 주로 대잠(對潛)작전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근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등을 한반도에 투입한 데 이어 대북 감시망을 더 촘촘하게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더 이상 (북한의) 유감스럽고 무분별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전날 실시한 지상 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역시 1차적으로는 중국ㆍ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지만, 북미 간 일련의 신경전을 감안하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한 우회적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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