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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에 “죽여버리겠다” 승객 폭언에 운행중단 결정한 버스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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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에 “죽여버리겠다” 승객 폭언에 운행중단 결정한 버스회사

입력
2019.12.13 11:49
수정
2019.12.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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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사정에 배차 지연…시민 항의 과정서 기사 눈물까지

버스회사, 사건 발생 즉시 “해당 정류장에 정차 않겠다”

경기 광주시 측 “시민 불편은 안 돼”…결국 운행 재개

경기 광주시 한 버스 정류장에 붙은 운행 중단 안내문(왼쪽)과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건 목격자의 글. SNS 캡처
경기 광주시 한 버스 정류장에 붙은 운행 중단 안내문(왼쪽)과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건 목격자의 글. SNS 캡처

경기 광주시의 한 버스 노선에서 배차시간이 늦어지자 운전기사에게 시민들이 폭언을 하면서 운행이 중단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에 버스회사 측에서는 즉각 운전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단지 정류장에는 앞으로 정차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13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기 광주시의 ‘쌍령초교ㆍ동성아파트ㆍ현대아파트’ 정류장에 붙은 안내문이 화제가 됐다. 이 안내문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2번 버스가 운행하지 않으니 다른 정류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갑작스런 운행 중단이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12일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는 이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쓴이는 “버스가 왜 안 오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길래 올린다”며 “오늘 차가 막혀서 2번 버스가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할머님들은 당연하고 아줌마들도 타면서 뭐라고 하더라, 차가 막혀 늦은 거지 기사님 잘못이 아닌데”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리고 현대 아파트 정류장에서 탄 어떤 아저씨가 여성 기사분에게 ‘신고할 테니 그렇게 알라’며 ‘XX이 시간을 지켜야 할 것 아니야’라며 계속 욕을 했다”며 “결국 기사분이 (몸을) 떨며 울다 운전을 멈춰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는데 그래서 당분간 2번 버스가 안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번 노선이 오가는 경기 광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안내문(왼쪽)과 2번 버스 노선. 온라인커뮤니티ㆍ네이버 지도 캡처
2번 노선이 오가는 경기 광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안내문(왼쪽)과 2번 버스 노선. 온라인커뮤니티ㆍ네이버 지도 캡처

이 버스는 경기고속 광주영업소에서 운영하는 2번 버스로 광주시청~현산마을을 오가는 노선이다. 문제가 생긴 ‘쌍령초교ㆍ동성아파트ㆍ현대아파트’ 정류장은 드물게 아파트 단지 내부까지 들어가는 노선이다. 심지어 이 정류장은 버스회사 측이 초등학교 앞이라 위험한데다 길이 좁고 언덕에 위치해 유턴 등 운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광주시와 합의해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고속 광주영업소 측은 소동이 발생한 직후 버스기사들의 의견을 수렴, 당일 오후 2시부터 2번 버스 노선 중 ‘쌍령초교ㆍ동성아파트ㆍ현대아파트’ 정류장에는 정차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경기고속 측은 “현산마을 쪽에서 도로공사가 있어 운행이 늦어졌는데 승객들이 기사에게 심한 말로 항의했다”며 “나중에는 ‘죽여버리겠다’고 했고 여성 기사분이 울면서 ‘운전 못 한다’고 했다는데 그래서 해당 단지에는 정차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교통을 관할하는 광주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도로 여건 때문에 버스가 정류장에 늦게 도착하자 시민이 욕설을 하고 실랑이가 일어났다”라며 “해당 노선 버스기사들이 모두 그 정류장에의 운행을 거부했고, 광주시는 경기고속 본사 측과 함께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기사들을 최대한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기 광주시와 경기고속 본사, 경기고속 광주영업소 노선 운영 팀장 등은 이날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각 입장을 청취했다. 이후 결국 운행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후 2시부터는 해당 노선 정류장에도 정차하도록 원상복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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