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핀란드 신임 총리 마린 ‘파격’… ‘여성’ ‘젊은 피’ 주목
일찍 정치 참여 가능한 법ㆍ제도에 유럽 밀레니얼 지도자 많아
“밀레니얼 지도자들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핀란드 공영방송 YLE 소속 기자인 툴리쿠카 데 프렌느는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렇게 질문한 뒤 “핀란드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전날 30대 여성 정치인 산나 마린(34) 사회민주당 대표가 신임 총리로 공식 선출되면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마린 총리는 현 시점에서 세계 최연소 행정수반이다.
핀란드 새 내각의 면면을 살펴보면 프렌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린 총리가 전날 임명한 19명의 장관 중 무려 12명이 여성이다. 유럽권에서는 특히 성별보다 ‘젊은 정치’에 좀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립정부를 구성한 5개 정당 가운데 마린 총리(사민당 대표)를 비롯한 4개 정당의 대표가 30대 여성이고 모두 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새 내각의 핵심 키워드는 ‘여성’과 ‘젊은 피’인 셈이다. 영국 BBC방송은 “우리는 항상 반응할 준비가 돼 있는, 어리석은 말을 하지 않는 ‘신선한 얼굴’을 필요로 한다”는 핀란드 언론인의 말을 전했다.
물론 유럽에서 ‘젊은 지도자’가 아주 이례적인 건 아니다. 2017년 10월 제바스티안 쿠르츠(33) 전 오스트리아 총리는 불과 31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조만간 연정이 재출범하면 그는 또 다시 ‘세계 최연소 총리’의 타이틀을 거머쥔다. 에마뉘엘 마크롱(42) 프랑스 대통령도 39세 때 중도신당 ‘전진하는 공화국’을 창당했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4~2016년 이탈리아를 이끌었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도 취임 당시 39세였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치경력보다 ‘젊음’과 ‘카리스마’, 개혁에 대한 설득력 있는 화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풍부한 정치적 경험은 이제 되레 전통에 매몰된 ‘기득권’으로 비친다는 의미다. 게다가 젊은 정치인들의 경력이 일천한 것도 아니다. 마린 총리만 해도 20세에 정치에 입문해 27세에 시의원이 됐고, 30세에는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유럽 국가들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참여가 가능한 법과 제도가 정비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지탱하는 정당정치의 뿌리가 튼튼하고, 지방정치와 중앙정치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도 한 몫 한다. 영국 연구기관 ‘데모스’의 소피 개스톤 부원장은 “젊은 정치인들은 현 시대 정치운동의 핵심이 디지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임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해 유권자와 소통한다”면서 “주류 정당의 ‘전통적인’ 정치인과 그들이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지의 과잉 결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외교협회 소속 정치비평가 카드리 릭은 “겉모습과 대외 이미지, 연설 기술이 모든 걸 좌우하는 현상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BBC방송은 “젊은 정치의 성공 여부는 개혁에 대한 ‘말’보다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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