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복지부 의무보고’ 내용
국회 본회의 취소로 마지막 단계서 제동 걸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민식이법ㆍ하준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어린이 이름을 단 법안 하나가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에 그 내용을 의무 보고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 일명 재윤이법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와 고 김재윤군 유족 등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환자안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윤군 어머니 허희정씨는 “재윤이와 같은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절규했다.
재윤군은 두 살 때인 2014년 11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완치 판정을 앞둔 2017년 11월 29일 재윤(당시 5세)군은 감기 증상으로 재발이 의심돼 골수 검사를 받던 중 심장이 정지해 다음날 숨졌다. 유족은 수면진정제를 과다 투여하면서 응급 의료기기가 없는 일반 주사실에서 검사를 진행한 것을 지적하면서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은 외면했다. 유족은 결국 복지부가 운영하는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에 직접 보고했고, 복지부는 2018년 12월 12일 ‘진정약물 투여 후 환자 감시 미흡 관련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재윤군처럼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장이 사고 내용을 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됐다.
의료계는 이 법안을 반대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환연과 유족은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므로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11월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전부를 거부해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안기종 환연 대표는 “재윤이법은 유사한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의료행위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국민에게 입법권을 위임 받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법안 심의를 미루는 일은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면서 재윤이법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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