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하청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죽음 이후에도 발전소 현장에서는 “일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확정했지만,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직접고용은 외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2일 국회에서 당정태스크포스(TF)를 열고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가 지난 8월 내놓은 권고안에 대한 이행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핵심은 발전소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당정은 김씨가 일했던 연료환경ㆍ설비운전 분야는 ‘발전 5사 통합협의체’ 합의 결과에 따라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정규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상정비 분야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되, 정비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종합심사낙찰제를 변경해 처우와 고용안정성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발전사 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업종, 경력, 자격별 적정노무비 단가 기준을 마련해 2022년부터 적정임금제를 도입한다. 원청인 발전사가 현행 경상정비 공사금액의 5%만큼을 노무비로 추가 지급하도록 낙찰률도 상향 조정한다.
그러나 김용균 특조위와 노동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김씨를 비롯한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반복된 죽음은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직접고용 정규직화’는 외면했다는 것이다. 특조위 간사였던 권영국 변호사는 “연료ㆍ환경 설비 분야는 한전산업개발을 활용한 공공기관 설립이 추진될 텐데, 한전이 100% 지분(현재 29%)을 갖지 않으면 발전사와 동등한 지위가 아닌 원ㆍ하청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가 이해당사자 합의를 이유로 특조위 권고안을 후퇴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의는 갈수록 꼬여가는 모양새다. 당정은 지난 2월에도 김씨가 일했던 발전소 연료ㆍ환경설비 운전 분야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 형태의 고용이 추진됐는데, 지난 8월 특조위가 ‘발전5사의 직접고용’을 권고하면서 노ㆍ사ㆍ정이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발전5사 통합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 위원은 “노사정뿐 아니라 노조 내부에서도 이견이 커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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